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파산 위험이 커진 저가항공사 스피릿항공에 5억 달러 규모의 긴급 자금 지원을 추진하면서, 미국 정부가 개별 항공사의 생존 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이례적인 장면이 현실화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이 2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을 보면, 미국 행정부는 스피릿항공에 약 5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7천400억원을 지원하는 협약 체결을 논의하고 있으며 협상은 막바지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합의가 이뤄지면 미 연방정부는 자금 지원의 대가로 신주인수권을 확보하게 된다. 신주인수권은 나중에 정해진 조건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로, 정부가 단순히 돈만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향후 지분을 통해 회사 경영에 영향력을 가질 가능성도 열어두는 장치다.
이번 협상은 미 교통부와 상무부가 주도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숀 더피 교통부 장관과 함께 자금 수혈 방안을 조율했다. 미국 정부가 9·11 테러 이후나 코로나19 대유행 같은 대형 충격에 대응해 항공업계 전반을 지원한 적은 있지만, 특정 소형 항공사의 존속을 위해 구조조정 논의에 사실상 직접 관여하는 일은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그만큼 스피릿항공의 경영 위기가 단순한 기업 부실을 넘어 항공 시장 경쟁 구조와 소비자 운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스피릿항공은 미국 저가항공 시장에서 초저가 운임을 앞세워 성장해온 회사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흔들렸다. 지난해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제트블루항공과의 합병이 제동에 걸린 뒤 매출은 줄고 비용 부담은 커지면서 재무구조가 빠르게 나빠졌다. 이 회사는 2024년 11월 파산보호 절차에 들어갔고, 몇 달 만에 회생 절차를 마쳤지만 작년 8월 다시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최근 미·이란 전쟁 여파로 항공유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자금 사정은 더욱 악화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채권단이 기존 회생 계획에 반대 의견을 내며 잠재적 청산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결국 이번 지원 논의는 한 항공사를 살리는 문제를 넘어, 미국 항공산업에서 저가 경쟁 축이 무너질 경우 소비자 선택권과 운임 수준이 어떻게 바뀔지를 둘러싼 정책 판단의 성격도 함께 띠고 있다. 다만 최종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정부가 얼마나 깊이 개입할지에 따라 시장의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미국 정부가 전략 산업이나 소비자 생활과 직결된 업종의 구조조정에 어디까지 개입할지 가늠하는 선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