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2026년 1분기에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살아나면서 중동 전쟁이라는 대외 악재에도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직전 분기보다 1.7%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 2월 전망한 0.9%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분기 기준으로 보면 2020년 3분기 2.2% 성장 이후 5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1분기 -0.2%, 2분기 0.7%, 3분기 1.3%로 회복 흐름을 보이다가 4분기 다시 -0.2%로 꺾였는데, 올해 들어 반등 폭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난 셈이다.
이번 성장의 중심에는 반도체를 앞세운 수출 회복이 있었다. 1분기 수출은 반도체 등 정보기술 품목을 중심으로 5.1% 늘어 2020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수입도 기계·장비와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3.0% 증가했지만, 수출 증가 폭이 더 커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1.1%포인트에 달했다. 여기에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낮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세계 교역과 에너지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적어도 1분기 수치에는 영향이 제한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내수도 완만하지만 분명한 회복 흐름을 보였다. 민간소비는 의류 등 상품 소비가 늘면서 0.5% 증가했고, 정부소비도 물건비 지출을 중심으로 0.1% 늘었다. 특히 투자 부문이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건설투자는 건물 건설과 토목 건설이 함께 늘어 2.8% 증가했고, 설비투자도 기계류와 운송장비 투자가 확대되면서 4.8% 뛰었다. 성장률 기여도로 보면 내수 전체가 0.6%포인트를 보탰고, 이 가운데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각각 0.3%포인트, 0.4%포인트를 끌어올렸다. 민간소비의 기여도는 0.2%포인트였고 정부소비의 영향은 사실상 없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의 회복이 두드러졌다. 컴퓨터, 전자, 광학기기 생산이 늘면서 제조업은 3.9% 성장해 2020년 4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기·가스·수도사업은 수도 및 원료 재생업을 중심으로 4.5% 늘었고, 건설업도 건물과 토목 부문이 함께 살아나면서 3.9% 증가했다. 농림어업은 재배업 증가에 힘입어 4.1% 늘었고, 서비스업도 금융·보험, 문화·기타 서비스를 중심으로 0.4% 성장했다. 산업 전반에서 일부 업종에만 의존한 회복이 아니라 비교적 폭넓은 개선세가 나타났다는 점이 눈에 띈다.
국내에서 실제로 벌어들인 소득을 보여주는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더 큰 폭으로 뛰었다. 1분기 실질 GDI는 지난해 4분기보다 7.5% 증가해 GDP 성장률을 크게 웃돌았고, 이는 1988년 1분기 8.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생산 증가뿐 아니라 교역 조건과 소득 흐름도 개선됐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향후 경기 흐름은 중동 정세, 주요국 통화정책, 반도체 경기 지속 여부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1분기 반등이 일시적 회복에 그칠지, 아니면 수출과 투자가 이어지며 경기 회복세가 굳어질지는 앞으로의 대외 여건과 내수 체력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