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미·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이 미국 경기와 노동시장에 곧바로 큰 충격을 주고 있다는 우려는 일단 다소 누그러지는 모습이다.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이 8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를 보면 4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보다 11만5천명 늘었다. 3월 수정치인 18만5천명 증가보다는 증가 폭이 줄었지만,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5만5천명을 크게 웃돌았다. 최근 미국 경제는 중동 갈등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공급망 차질 가능성 때문에 소비와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걱정을 받아왔는데, 적어도 4월 고용 흐름만 놓고 보면 노동시장의 기초 체력은 아직 유지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고용 증가는 주로 서비스업이 이끌었다. 의료 부문에서 3만7천명이 늘어 최근 12개월 평균 증가 폭인 3만2천명을 웃돌았고, 운송·창고업은 3만명, 소매거래는 2만2천명, 사회지원 부문은 1만7천명 각각 증가했다. 반면 연방정부 일자리는 9천명 줄었다. 노동부는 정부효율부, 영어 약칭 도지(DOGE)의 인력 감축 영향으로 연방정부 고용이 2024년 10월 정점과 비교해 34만8천명, 비율로는 11.5%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민간 서비스업이 고용을 떠받치고, 정부 부문은 구조조정 여파를 받는 구도가 뚜렷해진 셈이다.
실업률은 4.3%로 전달과 같아 시장 예상에 부합했고, 경제활동참가율은 61.8%로 3월의 61.9%에서 소폭 낮아졌다. 임금 상승세는 한층 완만했다. 4월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달보다 0.2% 올라 시장 예상치 0.3%를 밑돌았고,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한 상승률도 3.6%로 전망치 3.8%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노동시장이 완전히 식지 않았으면서도 임금이 물가를 다시 밀어 올리는 이른바 임금·물가 악순환 가능성은 다소 줄였다는 뜻으로 읽힌다. 앞서 2월 일자리 감소로 제기됐던 고용시장 약화 우려도 3월과 4월 지표를 거치며 상당 부분 완화됐다.
다만 금융시장은 안도만 하지는 않고 있다. 미·이란 전쟁이 3개월째 이어지면서 고유가가 향후 물가를 다시 자극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케빈 워시가 이달 새 연방준비제도 의장으로 취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연준 내부의 매파 성향 인사들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최근 기업과 소비자 모두 인플레이션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런 배경 속에 시카고상업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은 이날 지표 발표 직후 연준이 오는 12월까지 기준금리를 현 3.50∼3.75%로 동결할 가능성을 73%로 반영했고, 한 차례 이상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14%로 봤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미국 경제가 고용의 버팀목을 유지하더라도, 물가 불안이 잡히지 않으면 연준의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