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에는 가계 빚과 물가, 소비심리, 고용 등 한국 경제의 현재 흐름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가 잇따라 공개되면서, 고금리와 중동발 불안, 내수 둔화가 실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19일 1분기 가계신용 잠정치를 발표한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금융회사 등에서 빌린 돈과 카드 사용액 등을 포괄하는 지표로, 사실상 전체 가계부채 규모를 보여준다.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대출 규제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얼마나 늘거나 줄었는지가 관심사다. 지난해 말 가계신용 잔액은 1천978조8천억원으로 집계돼 2천조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이어 22일에는 올해 1분기 차주별 가계부채 통계도 공개돼, 소득 수준이나 보유 대출 특성에 따라 빚 부담이 어떻게 나뉘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물가 흐름을 가늠할 선행지표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21일 4월 생산자물가지수를 발표하고, 22일에는 5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가 공개된다. 생산자물가는 기업이 출하 단계에서 받는 가격으로,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앞서 3월에는 중동 전쟁 여파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불안이 커지면서 생산자물가지수가 2022년 4월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이런 상승 압력이 4월에도 이어졌는지, 또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경기와 물가 인식이 5월 들어 어떻게 변했는지가 함께 주목된다.
고용과 지역 경기, 무역 구조를 보여주는 통계도 연이어 발표된다. 국가데이터처는 19일 지난해 4분기 임금근로 일자리동향을 내놓는다. 여기서 말하는 일자리는 취업자 수와는 다른 개념으로, 한 사람이 두 곳에서 일하면 일자리도 두 개로 잡힌다. 지난해 3분기에는 임금근로 일자리가 약 14만개 늘어 소폭 회복 흐름을 보였는데, 그 흐름이 이어졌는지가 이번 발표의 핵심이다. 20일에는 올해 1분기 지역경제동향이 공개돼 지역별 생산과 고용,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비교할 수 있고, 21일에는 기업특성별 무역통계 결과가 발표돼 기업 규모와 산업, 지역별 수출입 흐름도 확인할 수 있다. 경기 회복이 업종과 지역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나타나는지 읽을 수 있는 자료들이다.
정부의 대외 대응 일정도 빼곡하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주요 7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을 위해 17일 프랑스 파리로 출국하며, 방문에 앞서 영국 런던에서 한국경제 투자설명회도 연다. 21일에는 구 부총리 주재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와 대외경제장관회의가 예정돼 있다. 같은 날 금융위원회는 중동 사태 피해업종으로 해운업을 선정하고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연다. 중동 전쟁 여파로 선박 운항에 필요한 보험료 부담이 급등한 만큼, 정부는 코리안리 등 국내 재보험사를 통해 적정 가격의 보험상품이 공급되도록 조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 사정이 악화한 선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책도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22일에는 고성능 인공지능 보안 위협 대응을 위한 금융권 간담회도 열린다. 최근 인공지능 에이전트 모델의 취약점 탐지 능력이 빠르게 고도화하면서, 이를 악용한 사이버 공격 가능성도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금융권은 새 기술이 가져올 효율성뿐 아니라 보안 리스크까지 함께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다음 주 공개되는 각종 지표와 회의 결과는 가계부채 관리, 물가 안정, 경기 회복, 대외 불확실성 대응이라는 한국 경제의 네 가지 과제가 어디까지 진전됐는지를 보여주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금리와 내수, 수출, 금융안정 정책의 방향을 가늠하는 데도 중요한 단서가 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