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026년 5월 15일 장중 8,046.78까지 오르며 처음으로 8,000선을 넘어섰다. 다만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한꺼번에 나오면서 지수는 장중 하락으로 돌아섰고, 결국 6%대 급락세로 마감해 상징적 고점 돌파와 실제 안착은 다른 문제라는 점을 보여줬다.
이번 8,000선 돌파는 한국 증시의 상승 속도가 얼마나 가팔랐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코스피는 지난해 5월 15일 2,621에서 거래를 마쳤는데, 불과 1년 만에 약 5,400포인트, 205% 뛰었다. 올해 들어서만 봐도 1월 22일 5,000선, 2월 25일 6,000선, 5월 6일 7,000선을 차례로 넘었고, 7거래일 만에 다시 8,000선에 닿았다.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유동성 장세라기보다 반도체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기업 이익 수준 자체가 높아졌다는 기대가 지수를 끌어올린 결과로 해석한다.
지수 급등과 함께 시가총액도 빠르게 불어났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 합산액은 2026년 2월 4일 처음 5천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4월 27일 6천조원, 5월 11일에는 7천70조1천725억원까지 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 증시 시총 규모가 5월 11일 기준 대만을 제치고 세계 6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상승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가 있었다. 지난 1년간 두 종목 주가는 전날까지 각각 130%, 190% 올랐고, 두 회사 시총 합계는 한때 3천조원을 넘기며 코스피 내 비중이 46%까지 확대됐다. 특히 삼성전자는 5월 6일 아시아 기업 가운데 대만 티에스엠시 다음으로 두 번째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어섰다.
이번 랠리의 또 다른 축은 개인 투자자였다. 개인은 최근 1년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11조6천660억원을 순매수했고, 같은 기간 외국인이 61조4천96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동안에도 시장의 매수 기반을 떠받쳤다. 올해 들어서도 외국인이 76조690억원 순매도했지만 개인은 39조5천620억원 순매수에 나섰다. 증시로 들어온 대기 자금도 크게 늘어 5월 13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137조1천200억원을 기록했다. 주식 거래 활동 계좌 수는 1억606만4천10개로 불어났고,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도 5월 14일 기준 51조6천969억원까지 증가했다. 개인 자금 유입이 지수 상승의 연료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다만 단기간 급등한 시장에는 과열 신호도 함께 나타난다. 빚을 내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5월 13일 기준 36조2천677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공매도 잔고도 20조원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국내외 증권가는 대체로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연내 코스피 9,000, 씨티그룹은 8,500, 모건스탠리는 9,500을 제시했고, 국내에서는 현대차증권이 9,750, 엔에이치투자증권이 9,000, 대신증권이 8,800을 전망했다. 다만 6월 전후 또는 8~9월 사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계도 적지 않다. 이 같은 흐름은 반도체와 인공지능 업종의 실적 개선이 계속되는 동안 상승 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지만, 속도가 워낙 빨랐던 만큼 중간중간 큰 폭의 조정을 동반하는 불안정한 장세로 전개될 가능성도 함께 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