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과 전통금융의 결합이 더 이상 실험 단계에 머물지 않고 있다. 미국 증권결제 인프라 핵심기관 DTCC(미국예탁결제청), JP모건, HSBC 등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실제 운영 환경에서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를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온체인 금융(On-chain Finance)’은 시장의 다음 단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글로벌 금융 특화 블록체인 네트워크 ‘캔톤 네트워크(Canton Network)’가 있다. 캔톤은 단순 퍼블릭 체인이 아니라, 금융기관들이 요구하는 프라이버시와 규제 준수, 상호 연결성을 동시에 구현하기 위해 설계된 네트워크다. 최근에는 미국 국채, 일본 국채(JGB), 토큰화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등 실물 금융자산의 온체인 활용 사례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토큰포스트는 지난 14일 서울 강남 토큰포스트 오피스에서 토머스 조(Thomas Cho) 캔톤재단 아시아태평양(APAC) 성장총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메타(Meta), 틱톡(TikTok), 앱토스(Aptos)를 거쳐 현재 캔톤재단에서 아시아 시장 확장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 시장의 높은 디지털 금융 준비도와 정책 변화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며 “한국은 온체인 금융이 실제 서비스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가장 빠른 시장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단순한 ‘토큰화(Tokenization)’보다 더 중요한 개념으로 ‘코디네이션(Coordination)’을 강조했다. 자산을 블록체인 위에 올리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으며, 서로 다른 금융기관과 시장, 국가 간 자산이 실시간으로 연결되고 활용될 수 있어야 진정한 금융 혁신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앞서 토머스 조 총괄은 12일 토큰포스트가 개최한 글로벌 기관 온체인 금융 행사에서도 관련 비전을 공유한 바 있다. 행사 발표 내용은 토큰포스트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실제 구현 단계로 이동 중…아시아에서도 가장 빠르다”
토머스 조 총괄은 최근 수개월 동안 한국 금융기관들과 지속적으로 미팅을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 보험사, 인프라 사업자 등 다양한 전통 금융 플레이어들이 이미 블록체인 기술의 개념 검토 단계를 넘어 실제 구현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기술 소개와 개념 설명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실제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단계로 넘어왔다”며 “아시아 시장 전체와 비교해도 한국은 온체인 금융 현실화 속도가 상당히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디지털자산 관련 제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금융권의 태도 역시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은 정책 방향이 정리되기 시작하면 시장 추진 속도가 굉장히 빠른 국가”라며 “과거 웹2 시대에도 데이터·프라이버시 정책 정비 이후 플랫폼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경험이 있다. 디지털자산 역시 비슷한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웹2에서 웹3로…결국 돈의 시스템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토머스 조 총괄은 메타와 틱톡 시절부터 한국 시장과 인연이 깊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스타그램 초기 한국 시장 성장과 수익화 전략 구축에도 관여했으며, 이후 웹3 업계로 이동해 앱토스 기반 지갑 사업과 대규모 사용자 온보딩 프로젝트 등을 경험했다.
그는 자신의 커리어를 ‘정글짐(Career Jungle Gym)’이라고 표현했다.
“광고, 소셜미디어, 전자상거래, 콘텐츠…결국 모든 것은 금융과 연결돼 있었다. 돈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가치가 어떻게 교환되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웹3로 이어졌다.”
특히 메타 시절 접했던 디엠(Diem) 프로젝트가 디지털 머니와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을 크게 키웠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당시 웹3 시장에 대한 회의감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웹3 업계에는 노이즈와 사기 프로젝트가 너무 많았다. 한때는 업계를 떠날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캔톤 네트워크가 실제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10년 이상 월가 기반 금융 시스템을 개발해온 팀이라는 점이 신뢰를 줬다.”
그는 “만약 캔톤조차 성공하지 못한다면 누구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캔톤의 핵심은 프라이버시…퍼블릭체인과 다른 접근”
캔톤 네트워크는 처음부터 금융기관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캔톤 공동창업진에는 월가 출신 금융 전문가와 웹3·금융 교차 영역 전문가, 그리고 영지식증명(ZK) 기술 초기 기여자가 포함돼 있다.
그는 “10년 전부터 이미 금융 시스템은 결국 블록체인 기반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며 “다만 기존 퍼블릭체인 구조만으로는 금융기관이 요구하는 프라이버시와 규제 준수를 만족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캔톤은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서로 연결되면서도 각 기관의 데이터와 거래 프라이버시는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기관들이 블록체인 인프라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로 기술력과 신뢰도를 꼽았다.
“기술만 좋아서는 안 된다. 금융기관이 실제 원하는 비즈니스 구조와 규제 환경을 이해해야 한다. 캔톤은 금융권 출신 창업진과 실제 월가 네트워크 경험이 결합돼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토큰화만으로는 의미 없다…핵심은 연결성과 담보 이동성”
토머스 조 총괄은 인터뷰 내내 ‘코디네이션(Co-ordination)’이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그는 “단순히 자산을 토큰화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며 “토큰화된 자산이 실제로 서로 다른 금융기관과 국가, 시장 사이에서 실시간으로 이동하고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강조한 핵심 개념은 ‘담보 이동성(Collateral Mobility)’이다.
예를 들어 일본 국채(JGB)가 토큰화되고 미국 국채 시스템과 연결될 경우, 일본 투자자가 일본 국채를 담보로 미국 자산을 거래하거나 반대로 미국 투자자가 일본 자산을 담보로 활용하는 구조가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금융시장은 생각보다 훨씬 더 상호 연결돼 있다”며 “기존에는 국가별 거래시간, 중개기관, 시스템 단절 때문에 불가능했던 것들이 블록체인 기반 코디네이션 구조에서는 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오퍼러빌리티(상호운용성)가 단순히 연결 능력을 의미한다면, 코디네이션은 그 연결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실제 금융 활동이 이뤄지는 것에 더 가깝다”고 덧붙였다.
“DTCC·JP모건 이미 운영 중…실험 아닌 실제 금융 인프라”
캔톤 네트워크는 이미 글로벌 금융기관들과 실제 운영 환경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는 DTCC 사례를 대표적인 예로 언급했다.
DTCC는 미국 국채 및 증권결제 시스템 핵심 기관으로, 현재 캔톤 네트워크 기반으로 월 약 9조 달러 규모의 레포(Repo) 거래를 처리하고 있다.
토머스 조 총괄은 “더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라며 “DTCC 역시 향후 리테일 영역까지 확장 가능한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시장 역시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국채를 온체인 담보로 활용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가 논의되고 있다. 결국 핵심은 자산이 24시간 이동하고 활용될 수 있는 금융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흐름이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금융시장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MMF·토큰화 예금·스테이블코인”
캔톤재단이 현재 한국 시장에서 특히 주목하는 영역은 크게 세 가지라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머니마켓펀드(MMF) 토큰화다.
그는 “현재 MMF는 T+1 결제 구조 때문에 실시간 담보 활용에 한계가 있다”며 “토큰화를 통해 이 비효율성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토큰화 예금(Tokenized Deposit)이다.
“한국 금융권 역시 향후 증권결제와 담보 시스템에서 토큰화 예금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는 스테이블코인 및 크로스보더 결제 인프라다.
그는 “현재 국가별 결제 시스템은 각각 따로 움직이고 있다”며 “캔톤은 서로 다른 자산과 시스템을 프라이버시를 유지한 상태에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원화 기반 토큰화 자산과 해외 자산 간 실시간 교환 구조가 가능해질 경우 상당히 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온체인 금융 대중화 트리거는 결국 정책”
온체인 금융이 언제 본격적인 대중화 단계에 진입할 것 같냐는 질문에 그는 “결국 정책이 가장 큰 변수”라고 답했다.
그는 “기술은 이미 준비돼 있다”며 “이제 남은 것은 정책과 제도 정비 속도”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최근 정책 변화가 글로벌 시장 분위기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 정책 당국은 시장을 관찰하는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기존 금융 프레임워크 안에 디지털자산을 어떻게 편입할지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한국 역시 단순 관망이 아니라 독자적인 금융 인프라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단순히 미국 시스템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인 금융 코디네이션 레이어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어 “이르면 올해 안에도 한국 시장에서 의미 있는 파일럿 사례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내년 초 정도면 시장이 훨씬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제는 실험 단계 아니다…새로운 머니 시스템이 시작되고 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한국 블록체인 커뮤니티에 대한 메시지도 전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기관 채택을 이야기했지만 실제 운영 사례는 많지 않았다”며 “캔톤은 이미 DTCC, JP모건, HSBC 같은 기관들과 실제 프로덕션 환경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지금이 아직 초기 단계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전통 금융 관점에서 보면 지금은 아직 시작 단계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새로운 머니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어 “한국 역시 그 변화의 핵심 시장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캔톤재단도 한국 기관·커뮤니티와 함께 차세대 금융 인프라 구축에 참여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본 인터뷰는 2026년 5월 14일 서울 강남 토큰포스트 오피스에서 진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