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안팎에서 은행 건전성 규제를 운영할 때 위험 관리만 앞세우기보다, 자금이 생산적인 분야로 흐르도록 유도하는 방향의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금융 안정은 지키되 산업 성장에 필요한 위험자본 공급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석기 선임연구위원은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기관 건전성 규제와 생산적 금융’ 세미나에서 바젤3 최종안의 운용 방식에 이런 점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바젤3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마련된 국제 은행 건전성 규제로, 은행이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자본을 충분히 쌓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만 김 연구위원은 현재처럼 개별 자산의 위험을 엄격하게 따져 자본 부담을 높이는 체계가 지나치게 강화되면, 은행의 본래 기능인 위험자본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위험가중치 적용 방식의 불균형을 짚었다. 위험가중치는 자산별 위험도를 반영해 은행이 얼마나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하는지 정하는 기준인데, 이 비율이 높을수록 해당 자산에 돈을 넣기가 부담스러워진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바젤 표준방법에서는 일반적으로 주식에 250%의 위험가중치가 기본으로 적용되고 일부에만 400%가 매겨지지만, 우리나라는 400%를 기본 적용하는 구조다. 반면 은행 대출이 많이 몰리는 주택담보대출에는 바젤 규정보다 더 높은 위험가중치를 적용해 은행 내부 자금이 부동산보다 다른 생산 부문으로 재배분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생산적 금융의 방향은 단순히 대출이나 투자 규모를 늘리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여준 피더블유씨 컨설팅 상무는 생산적 금융 확대는 자본 흐름의 구조적 전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5대 금융지주의 평균 비아이에스비율이 15.9%로, 바젤3 도입 이후 최고 수준의 손실흡수능력을 확보하는 등 안정적인 자본비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아이에스비율은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로, 금융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다.
윤 상무는 앞으로의 평가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얼마를 공급했는지가 아니라, 실제로 산업과 기업 성장에 기여한 자금이 무엇인지 가려낼 수 있는 평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산업별, 공급망별, 기술 주제별로 자금이 한쪽에 과도하게 쏠리는 위험을 관리하고, 금융지주 계열사 사이에서 위험이 옮겨가는 구조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은행 규제가 단순한 안전장치에 머무르지 않고, 자금 배분의 효율성과 실물경제 지원 기능까지 함께 따지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