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50년 넘게 유지해온 ‘노-어드미트, 노-디나이(no-admit/no-deny)’ 규정을 공식 폐지했다. 이에 따라 리플(Ripple) 같은 가상자산 기업들은 SEC와 합의한 뒤에도 제재 내용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게 됐다.
18일(현지시간) SEC는 1972년 도입된 Rule 202.5(e)를 없앤다고 밝혔다. 이 규정은 SEC와 사건을 합의한 기업이나 개인이 이후 기관의 주장에 대해 공개적으로 부인하지 못하도록 막아왔다. 다만 앞으로는 합의 과정에서 책임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이후에는 SEC의 주장에 대해 비판하거나 부인하는 표현이 가능해진다.
SEC는 이미 과거 사건에서 포함된 ‘노-디닐’ 조항도 더 이상 집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오래된 합의문에 묶여 있던 당사자들까지 공개 발언의 제약에서 벗어나게 된 셈이다. 이는 가상자산 기업뿐 아니라 향후 SEC와 마찰을 빚는 각종 금융회사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줄 수 있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이 규정이 기관이 비판을 피하려 한다는 인상을 줬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 비판의 자유가 미국 전통의 중요한 일부라고 강조하며, 표현의 자유 원칙을 회복하는 조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체제에서 SEC가 이전보다 완화된 집행 기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오래된 관행의 수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트코인 투자자 웨인 본은 SEC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은 합의문도 그대로 받아들이게 했다고 비판했고, 헤스터 피어스 SEC 위원도 강제 침묵은 투자자 보호나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공개 비판이 오히려 감독당국의 책임성을 높이고 시장 투명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SEC는 여전히 필요할 경우 집행 조치를 취하고, 사안에 따라 시인(admission)을 요구할 권한은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노-디닐’ 규정 폐지는 향후 가상자산 업계와 규제당국의 협상 구도, 그리고 SEC를 둘러싼 공개 논쟁의 방식까지 바꿔놓을 가능성이 크다.
🔎 시장 해석
SEC가 오랜 기간 유지해온 ‘노-디닐’ 규정을 폐지하면서, 가상자산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합의 이후에도 규제당국을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이는 규제 리스크 자체보다 ‘규제 커뮤니케이션 구조’의 변화를 의미하며 시장 투명성 확대 기대를 키운다.
💡 전략 포인트
• 가상자산 기업의 법적 대응 및 여론전이 강화될 가능성
• SEC와의 합의가 ‘종결’이 아니라 ‘논쟁 지속’ 구조로 변화
• 규제 불확실성은 단기적으로 확대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정보 비대칭 완화 기대
• 리플 등 기존 소송 경험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전략 중요성 증가
📘 용어정리
• 노-어드미트/노-디나이: 합의 시 혐의를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되, 이후 공개적으로 반박도 못하게 하는 규정
• 시인(admission): 합의 과정에서 위법 행위를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절차
• 규제 투명성: 규제기관과 기업 간 정보 공개 및 논쟁 가능성이 높아지는 환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