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이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결제 실증을 마치며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의 제도화 흐름에 다시 속도가 붙고 있다. 수수료를 크게 낮추고 해외송금 시간을 3분대로 줄인 만큼,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결제 수단으로 안착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KB금융그룹은 지난 일요일 전자결제 기업 KG이니시스, 레이어1 블록체인 플랫폼 카이아, 디지털자산 솔루션사 오픈에셋과 함께 원화 표시 스테이블코인 결제 파일럿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PoC는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부터 오프라인 결제, 가맹점 정산, 해외송금까지 금융 절차 전반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은 것이 특징이다. 이용자는 기존처럼 금융서비스를 쓰면서도 내부 정산은 블록체인으로 처리되도록 설계됐다.
실제 결제는 홀리카페 매장에서 키오스크를 통해 진행됐다. 별도 디지털 지갑을 설치하지 않아도 QR코드로 결제할 수 있고, 정산 단계에서는 스마트계약이 자동으로 실행된다. 해외송금 검증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꾼 뒤 베트남 현지 파트너를 통해 수취인의 은행 계좌로 보내는 방식이 적용됐다.
KB금융에 따르면 기존 스위프트(SWIFT) 방식과 비교해 송금은 3분 이내에 끝났고, 거래 수수료는 약 87% 줄었다. KB금융 관계자는 “검증된 안정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해 일상과 밀접한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실증이 단순한 기술 시험을 넘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실제 활용처를 보여줬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결제와 해외송금처럼 수요가 분명한 영역에서 속도와 비용 절감 효과가 확인되면서, 은행권의 참여 명분도 커졌다는 평가다.
다만 제도화는 여전히 더디다. 정부와 국회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담은 ‘디지털자산법’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은 발행 주체와 은행 참여 비율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은행 컨소시엄이 최소 51%를 보유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금융위는 기술 기업의 참여와 시장 혁신이 위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국회와 전문가들도 관련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안수현 교수는 한국이 글로벌 디지털자산 거래의 10%를 차지하고도 규제 논의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장청수 부총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미래 통화 시스템에서 결제와 크로스보더 송금의 보완적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달러당 1,508.90원까지 오른 상황에서,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실사용 가능성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도만 정비되면 은행권과 핀테크, 블록체인 사업자가 함께 움직이는 본격적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