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중동 긴장으로 항해 차질과 비용 부담이 커진 국내 해운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에 대기 중인 중소·중견 선사 선박 10척에 최저요율 수준의 전쟁보험을 즉시 제공하기로 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1일 서울 종로구 손해보험협회에서 해운업계와 정책금융기관, 보험업권이 함께한 ‘중동상황 피해업종 산업-금융권 간담회’에서 이런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중동전쟁 여파로 해운사는 유류비 같은 직접 비용뿐 아니라 우회 항로 선택, 운항 지연에 따른 기회비용까지 함께 떠안는 상황이다. 특히 해상보험은 전쟁이나 무력충돌처럼 손실 규모가 큰 위험을 다루는 특성상 해외 재보험사 의존도가 높은데, 협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중견 선사는 보험 가입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이 이번 대책의 배경으로 꼽힌다.
정부가 내놓은 핵심 조치는 국내 손해보험사 10곳이 위험을 나눠 맡는 공동인수 방식의 통항 관련 전쟁보험이다. 현대해상,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등이 참여하며, 인수 규모는 보장 대상 선박가액 기준 약 3천억원으로 예상된다. 보험료는 대형 선사를 포함해 국내 선사가 실제 적용받은 요율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기준으로 책정한다. 계약 뒤 다른 국내 선박에 더 낮은 요율이 적용되면 보험료를 돌려주는 방식으로 그 요율을 사후 반영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이 지원책을 발표와 동시에 시행한다고 밝혔다.
보험 지원에 더해 자금 지원도 함께 확대된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즉 캠코가 운영하는 선박펀드의 지원 대상을 중동 상황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중견 선사까지 넓히고, 연간 2천억원이던 지원 규모는 올해와 내년에 각각 2천500억원 수준으로 키운다. 친환경 선박을 도입한 선사는 선박 담보대출비율(LTV·담보가치 대비 대출 한도)을 최대 80%까지 적용받을 수 있어 기존보다 자금 조달 여건이 나아진다. 금리 형태나 통화도 고정·변동금리, 원화·외화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해 현장 수요에 맞춘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25조9천억원 규모의 정책금융지원프로그램과 ‘53조원+알파’ 규모의 민간 금융권 자체 지원방안도 함께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해운업계가 강화되는 국제 ESG 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캠코의 해운업 특화 ESG 경영진단 컨설팅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금융위원회는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주요 선박까지 지원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상시 재보험 프로그램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외부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한 HMM 운용 중소형 벌크 화물선 ‘나무호’와 관련해서도 보험금 지급 절차가 신속히 이뤄지도록 챙기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단기적 위기 대응을 넘어, 지정학적 충격이 반복되는 환경에서 국내 해운·보험 산업의 자체 대응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