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다음달 ‘포용금융 전략 추진단’을 출범시키기로 하면서, 금융 접근에서 밀려난 계층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편 논의가 본격화됐다. 단순한 서민금융 지원을 넘어 금융회사 지배구조, 건전성 규제, 신용평가 체계까지 손보겠다는 구상으로, 금융의 공공성을 제도 안에 상시적으로 심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융 소외를 낳는 구조 자체를 바꾸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추진단은 총괄·정책서민·금융산업·신용인프라 등 4개 분과로 운영되며, 총괄분과는 금융시스템 전반에 포용금융을 내재화하는 방안을 맡는다. 금융회사 내부에 ‘포용금융 최고책임자’를 두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이는 이사회와 경영진 차원에서 취약계층 금융 접근 문제를 일회성 과제가 아니라 상시 관리 과제로 다루게 하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현장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권 밖 전문가, 사회활동가, 상담기관 종사자까지 참여시키는 열린 논의체로 운영하고, 6월 중 현장 대토론회도 시작할 계획이다.
분과별 논의 방향도 비교적 뚜렷하다. 정책서민분과는 정책서민금융 체계 전반을 점검하면서 금융회사들이 포용금융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유인 구조를 설계하는 방안을 다룬다. 금융산업분과는 지나치게 경직됐다는 지적을 받아온 건전성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금융회사의 역할 폭을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춘다. 신용인프라분과는 과거 연체 이력 등 기존 기록에 과도하게 의존해온 신용평가 방식을 손보는 방안을 검토한다. 신용평가가 보수적으로 작동하면 상환 능력이 회복된 사람도 금융 거래에서 계속 배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부분은 포용금융의 핵심 기반으로 꼽힌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최근 논란이 된 장기연체채권 관리 문제도 함께 언급됐다. 이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원시적 약탈금융’이라고 비판한 상록수 사태와 관련해, 새도약기금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유동화전문회사 부문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회사 자체조사와 금융감독원, 신용정보원,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를 아우르는 ‘4중 장치’를 통해 점검의 빈틈을 줄이겠다는 설명이다. 상록수 외에도 케이비스타자산유동화유한회사 약 2천800억원, 제네시스유동화전문유한회사 약 280억원 규모의 장기연체채권에 대해 매각 의사가 확인됐다고 전했다. 금융위원회는 2분기부터 금융회사별 연체채권 관리 현황을 점검하고 공시하는 체계도 마련하기로 했다. 매입채권추심업에 대해서는 업의 특성상 강한 규율이 필요하다고 보고,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꾸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 즉 항셍중국기업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 불완전판매 제재와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금융위원회가 은행·증권사 과징금 안건을 금융감독원으로 돌려보낸 배경에 대해 이 위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첫 대규모 제재인 데다 향후 유사 사례의 기준이 될 수 있어 사실관계와 법리 적용을 더욱 엄밀하게 다질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가 늦어지는 이유로는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참호 구축’이나 ‘이너서클’ 같은 폐쇄적 지배구조 문제가 반복된 점을 들었다. 결국 이번 금융 정책 방향은 단기 지원책을 늘리는 수준이 아니라 금융회사 운영 원리와 감독 체계 자체를 손질해 취약계층 배제를 줄이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금융 규제의 초점이 건전성 중심에서 소비자 보호와 포용성까지 함께 따지는 방향으로 넓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