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기대가 국제 유가를 끌어내리면서 17일 국내 국고채 금리는 전 구간에서 하락 마감했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누그러지면 원유 공급 불안도 완화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자, 시장은 물가 부담이 다소 줄어들 수 있다고 판단했고 그 결과 채권 매수세가 강해졌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7bp(1bp=0.01%포인트) 내린 연 3.710%를 기록했다. 10년물은 3.9bp 하락한 연 4.071%에 마감했다. 5년물과 2년물은 각각 0.8bp, 0.2bp 내려 연 3.897%, 연 3.571%를 나타냈고, 장기물인 20년물은 연 4.199%로 5.4bp 떨어졌다. 30년물과 50년물도 각각 4.4bp, 4.2bp 하락해 연 4.165%, 연 4.033%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금리 하락의 직접적인 배경은 국제 유가 급락이었다. 현지시간 16일 아이시이 선물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8.96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5.1% 하락하며 70달러대로 내려왔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도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 종가가 배럴당 76.05달러로 5.8% 급락했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떨어지면 향후 수입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기고, 이는 채권시장에서는 금리 하락 재료로 작용한다.
다만 단기물은 장중 한때 약세를 보이며 하락폭이 제한됐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이날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종전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소비자물가는 앞으로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의 오름세를 이어갈 수 있고, 국제 유가가 안정되기까지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 발언을 두고 하반기에도 물가 압력이 남아 있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했고,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다소 약해지면서 특히 3년물 등 단기 구간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키움증권 안예하 연구원은 이런 발언 영향으로 단기물이 한때 약세로 돌아서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도 채권 강세 흐름에 힘을 보탰다. 외국인은 3년 국채선물을 1천969계약, 10년 국채선물을 2천298계약 순매수했다. 결국 이날 시장은 유가 하락이 주는 안도감과 한국은행의 물가 경계심이 맞서는 흐름을 보였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중동 정세가 실제로 안정 국면에 들어서는지, 그리고 유가 하락이 국내 물가와 통화정책 전망에 어느 정도 반영되는지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