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이 2031년까지 중국에 대한 신규 대출을 단계적으로 끝내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중국이 국제 개발금융의 지원 대상에서 사실상 벗어나는 수순에 들어갔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위상 변화와 함께, 다자개발은행 자금이 더 취약한 국가로 옮겨가야 한다는 미국 등 서방의 요구가 이번 결정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가 6월 30일 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이런 내용을 담은 계획안을 최근 이사회에 제출했고 7월 넷째 주 열리는 이사회에서 이를 논의할 예정이다. 계획안의 핵심은 현재부터 2031년까지 중국에 대한 대출 총액을 20억달러, 우리 돈 약 3조1천억원 이하로 묶고, 그 이후에는 신규 대출을 중단하는 것이다. AFP통신도 세계은행이 새로운 국가협력 프레임워크에 따라 같은 시점까지 중국 대출을 점진적으로 종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세계은행 내부에서는 이를 중국과의 관계가 바뀌는 상징적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세계은행 관계자는 프레임워크가 끝나면 중국이 차입국 지위에서 졸업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중국이 더 이상 개발도상국 단계의 금융 지원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만큼 경제 규모와 자금 조달 능력을 갖췄다는 판단을 깔고 있다. 실제로 세계은행의 대중국 대출은 이미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연간 대출 규모는 2017년 24억달러, 약 3조7천억원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7억5천만달러, 약 1조2천억원 수준까지 감소했다.
이번 조치는 경제 논리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처럼 경제 규모가 큰 나라가 다자개발기관의 자금을 계속 지원받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미국 재무부 대변인도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대국인 만큼 다자간 기관에서 원조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밝히며, 세계은행의 대중국 대출 중단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시기부터 이어진 서방의 압박이 장기간 누적된 끝에 이번 방안으로 구체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슷한 흐름은 다른 나라에도 나타나고 있다. 세계은행은 이달 초 폴란드에 대해서도 2031년까지 대출을 종료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다만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지원과 원자력 분야에 예외가 인정됐지만, 중국에는 이런 예외 조항이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단순한 대출 감축을 넘어, 세계은행이 앞으로는 상대적으로 자금 사정이 나은 국가보다 저소득국이나 분쟁·재건 지역에 자원을 더 집중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다른 중진국에도 비슷한 기준이 적용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