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3일 하루 만에 30원 넘게 떨어지며 1,520원대로 내려왔다. 미국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오면서 달러 강세가 한풀 꺾였고, 최근 원화 약세를 키웠던 엔화도 반등해 환율 하락 압력을 함께 키운 결과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는 오후 3시 30분 기준 1,525.6원으로 집계됐다. 전날 같은 시각보다 30.2원 내린 수준이다. 환율은 전날 1,555.8원까지 올라 2009년 3월 5일 1,568.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하루 만에 방향을 바꿨다. 전날까지 4거래일 연속 23.8원 상승했던 흐름을 되돌리고도 추가 하락한 셈이다. 이날 종가는 지난달 17일 1,513.4원 이후 가장 낮았고, 낙폭은 4월 8일 33.6원 하락 이후 석 달 만에 가장 컸다.
환율이 급하게 밀린 가장 큰 배경은 미국 경기 지표 변화다. 간밤 발표된 6월 미국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5만7천명 늘어나는 데 그쳐 시장 전망치 11만명을 크게 밑돌았다. 고용이 예상보다 약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금리 인상 기대가 약해지면 달러 자산의 매력이 줄어들 수 있어, 외환시장에서는 곧바로 달러 약세로 연결되곤 한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도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100.703으로, 전날 같은 시각 기준가보다 0.532 내렸다.
엔화 움직임도 원화에는 중요한 변수였다. 최근 엔화는 달러당 160엔대를 넘나들며 40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밀렸고, 이런 흐름은 아시아 통화 전반의 약세 심리를 자극해 원화에도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이날은 엔화가 강세로 돌아섰다. 오후 3시 30분 기준 엔/달러 환율은 160.977엔으로 전날보다 1.274엔 내렸다. 시장에서는 일본 당국의 개입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행이 미국 휴장일 전후에 시장 안정에 나선 전례가 적지 않은 데다, 미국 독립기념일 대체 공휴일 휴장과 맞물려 한국 외환 당국도 장 막판 시장 안정 조치에 나섰을 가능성이 거론됐다.
시장 참가자들의 거래 패턴도 환율 하락폭을 키웠다. 환율이 고점을 찍고 꺾였다는 인식이 퍼지자 수출업체들은 보유 달러를 시장에 내다파는 네고 물량을 늘렸고,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추가 상승에 베팅했던 매수 포지션 청산도 빠르게 진행됐다. 외국인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2천억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이날은 이런 주식 자금 유출보다 달러 약세와 엔화 강세가 더 강하게 작용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47.64원으로 11.19원 내렸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 통화정책 기대 변화와 일본 당국의 환율 대응, 국내 외환당국의 시장 안정 의지가 함께 맞물릴 경우 단기적으로 환율 변동성이 더 커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