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소규모 비주거용 부동산의 상속·증여세를 산정할 때 사후 감정평가액을 시가로 인정하려면, 증여 이후 감정 시점까지 가격이 달라질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는 점이 먼저 확인돼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분명히 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부모에게서 경기 성남 일대 토지와 건물을 증여받은 자녀들이 양천세무서장 등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 사건의 출발은 2019년 7월 증여였다. 자녀들은 같은 해 10월 해당 부동산 가액을 39억5천만원으로 산정해 증여세를 신고·납부했지만, 과세관청은 2020년 4월 감정평가법인 2곳에 평가를 맡긴 뒤 평균 감정가인 61억9천만원을 시가로 보고 추가 세금을 부과했다.
쟁점은 세무당국이 증여가 끝난 뒤 새로 만든 감정가액을 어디까지 시가로 볼 수 있느냐는 데 있었다. 2019년 2월 개정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은 이른바 꼬마빌딩처럼 거래 사례가 많지 않은 소규모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해 과세관청의 사후 감정평가를 허용하고 있다. 다만 이런 소급감정이 가능하더라도, 증여일과 감정 시점 사이에 가격 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대법원은 이번에 이 단서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특히 법원은 가격 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을 납세자가 아니라 과세관청이 입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부동산 시장 상황이나 개별공시지가 변화, 주변 개발 호재처럼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가 없었다는 점이 확인되지 않으면, 뒤늦게 나온 감정가액을 그대로 시가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1심과 2심도 개별공시지가 상승률과 증여일로부터 가격산정기준일까지의 시간 간격 등을 따져볼 때 해당 감정가액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봤고, 대법원도 이런 결론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판단 기준이 되는 기간도 더 넓게 봤다. 증여일부터 단순히 가격산정 기준일까지가 아니라, 감정평가서가 실제로 작성된 날까지 전 기간에 걸쳐 가격 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정리했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원심이 이미 일부 기간에 가격변동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본 만큼,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최종 결론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비주거용 부동산의 상속·증여세 부과에서 과세관청의 사후 감정권한이 무제한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유사한 꼬마빌딩 증여 사건에서도 과세관청의 입증 책임과 감정 시점의 적정성을 더 엄격하게 따지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