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 데이비드 테퍼(David Tepper)가 운용하는 헤지펀드 아팔루사(Appaloosa L.P.)가 최근 수개월 사이에 중국 기술주에 대한 보유 지분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불과 지난해, 테퍼가 "중국 투자 자산을 몽땅 사고 싶다"고 발언했던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최근 제출된 13F 보고서에 따르면, 아팔루사는 바이두(BIDU) 지분을 절반 가까이 줄였으며, 알리바바(BABA), 징둥닷컴(JD), 핀둬둬 모회사 PDD 홀딩스(PDD), 그리고 부동산 플랫폼 KE홀딩스(BEKE) 등 주요 중국 기업 주식을 19~26%가량 축소했다. 이와 함께, 중국 대형주 상장지수펀드(ETF)인 iShares China Large Cap ETF(FXI)와 크레인셰어스 CSI 차이나 인터넷 ETF(KWEB) 보유량도 각각 16%, 13% 줄였다.
테퍼는 지난해 9월, CNBC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경제 회복을 위해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단행하고 있다며, 당시 중국 자산 전반에 대한 투자 매력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주식이든, 채권이든, ETF든 무엇이든 사고 싶다"고 언급하며 전방위적 매입 의사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는 그의 투자 전략이 재조정됐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또 다른 투자 흐름은 기술주 중심으로 재편된 포트폴리오다. 아팔루사는 최근 브로드컴(AVGO) 주식 13만 주를 신규 매수하며 반도체 섹터로 관심을 넓혔다. 반면, 페덱스(FDX)와 인텔(INTC)에 대한 보유 지분은 완전히 정리했다. 또한 메타플랫폼스(META)에 대한 지분을 확대하고, 리프트(LYFT), 엔비디아(NVDA), 오라클(ORCL), 마이크로소프트(MSFT) 등의 보유량은 일부 축소했다.
이번 매매 행보는 헤지펀드 업계의 변화된 투자 태도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고, 미국과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 기업에 대한 리스크 감수보다 방어적 포트폴리오 전략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기술주의 경우, 미국 반도체 및 AI 업체들이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자금 이동이 이쪽으로 쏠린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수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기록해온 테퍼의 투자 시그널은 업계에서 주목받아 왔다. 그가 중국 시장에 대해 이상적 평가를 했던 지점에서 불과 몇 분기 만에 급격한 후퇴로 방향을 튼 이유는, 단지 기업 실적 외에도 거시환경 전반의 불확실성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유동적인 상황에서, 테퍼의 이러한 행보는 헤지펀드의 위험관리 기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