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이제 국가가 답할 차례다.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는 본지 기고를 통해, 새정부가 디지털경제 주도권 확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5회에 걸쳐 제시한다. [편집자주]
대한민국이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디지털자산 생태계를 선도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체계가 절실하다. 그 중심에는 정부 전반을 조율하고 일관된 정책 방향을 이끌어갈 명확한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하며, 이에 따라 대통령실 산하 디지털자산 정책수석을 신설하고 국가 최고디지털자산책임자(CDAO, Chief Digital Asset Officer) 임명을 제안한다.
현재 금융위원회 산하의 가상자산위원회 체계만으로는 급변하는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과 복잡한 규제 환경 변화에 신속하고 유기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디지털자산은 단순한 금융의 하위영역이 아니라, 경제, 기술, 법률, 외교, 안보 등 다양한 분야와 긴밀하게 얽힌 국가 전략 자산이다. 이러한 다차원적 특성을 고려할 때, 부처 간 조정과 정책통합 기능을 갖춘 수석급 CDAO 직제의 신설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가 최고디지털자산책임자(CDAO)가 도입될 경우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핵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정책의 지속성과 일관성이 확보된다. 디지털자산은 특정 부처에 귀속된 단일 정책 영역이 아니다. CDAO는 대통령실 내에서 직접 정책 방향을 조율하고, 국무조정실 및 관계 부처 간의 협업을 주도함으로써 국가 전략 차원의 통합적 정책 수립과 실행이 가능하게 된다.
둘째, 법·제도의 정비 속도와 실효성이 동시에 제고된다. 세계 주요국들이 디지털자산 법제화를 앞다투는 상황에서, 대한민국도 더는 입법을 늦출 수 없다. CDAO는 국회, 민간, 유관 부처 간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한 실용적인 법·제도 개선을 주도할 수 있다.
셋째, 디지털자산 산업의 육성과 글로벌 확장 기반이 마련된다. 단순 규제 완화를 넘어, CDAO는 디지털자산 특구 조성, 글로벌 기업 유치, 민관 공동 연구개발, 국제협력 확대 등 전방위적인 산업 성장 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
미국 역시 디지털자산 정책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크립토 차르(Crypto Czar)’라는 명칭으로 정책 조정 책임자를 두고 있다. 최근 미국은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기업가이자 벤처투자자인 데이비드 삭스(David Sacks)를 크립토 차르로 임명하여,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재무부,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여러 부처와의 협력을 총괄하게 했다. 이는 미국이 디지털자산 정책을 단순한 금융규제의 영역이 아닌 국가 경제 및 산업 전략의 핵심으로 보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CDAO는 과도한 위원회 구성이나 관료주의적 절차 없이도 기민하고 책임감 있는 정책 집행이 가능한 구조다. 민관 협력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산업계·학계·법조계 등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역동적인 생태계를 설계할 수 있다. 디지털자산 산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대한민국이 디지털 주권을 지키고, 디지털경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이 매우 중요하다. 새 정부는 ‘국가 최고디지털자산책임자(CDAO)’ 신설을 통해 정책의 무게 중심을 분명히 하고, 디지털자산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전환하는 출발점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