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코인으로 사는 집』의 저자 고진석 텐스페이스 대표 인터뷰와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디지털 자산이 부동산 거래의 ‘결제’가 아닌 ‘신뢰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토큰포스트 북클럽 연재의 첫 번째 글이다. [편집자주]
“코인으로 집을 살 수 있을까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질문은 공상에 가까웠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변동성이 큰 투자 자산이었고, 부동산은 은행·등기소·법무사·중개인이 겹겹이 둘러싼 보수적인 영역이었다. 두 세계는 섞이지 않는 것이 상식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코인으로 사는 집』의 저자 고진석은 질문의 방향부터 바꾼다. 이제 중요한 것은 가능한가가 아니라 “왜 아직도 못 하고 있는가”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이미 코인으로 부동산을 사고파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주택 거래가 이뤄졌고, 두바이에서는 주요 부동산 개발사가 암호화폐 결제를 공식적으로 허용했다.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제도와 관성, 그리고 기존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여전히 강하게 작동하고 있을 뿐이다.
저자가 문제 삼는 지점은 여기서 더 깊어진다. 부동산은 단순한 실물 자산이 아니라 ‘신뢰의 집합체’라는 것이다.
현재의 부동산 거래는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수많은 절차를 거친다. 계약서, 공증, 에스크로, 은행 송금, 등기 이전. 이 모든 과정은 “이 거래는 안전하다”는 확신을 만들어내기 위한 장치다. 문제는 이 신뢰가 지나치게 비싸고 느리다는 점이다. 거래 하나에 몇 주, 때로는 몇 달이 걸리고, 중개 비용과 행정 비용은 당연한 전제처럼 붙는다.
블록체인이 겨냥하는 지점은 바로 이 구조다. 중개인을 무작정 없애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신뢰를 사람과 기관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이전하자는 제안에 가깝다. 거래 기록은 위·변조가 불가능한 분산원장에 남고, 계약은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실행된다. 신뢰를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라 ‘설계된 구조’로 만드는 방식이다.
그래서 이 책이 말하는 변화는 단순히 “코인으로 결제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등기, 소유, 이전, 결제라는 부동산의 핵심 요소들이 하나씩 코드로 재정의되는 과정이다. 집이 곧바로 디지털 자산이 된다는 뜻이 아니라, 집을 둘러싼 신뢰 시스템이 디지털화되고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물론 이 변화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각국의 규제는 다르고, 제도는 속도를 달리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기술은 이미 도착했고, 질문은 바뀌었다. 이제 남은 것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 전환을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다.
다음 연재에서는 부동산의 ‘소유’가 블록체인 위에서 어떻게 다시 정의되는지 살펴본다. 등기부등본 대신 코드가 등장하는 순간, 부동산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신뢰는 과연 종이에서 코드로 옮겨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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