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미국의 군 최고사령관과 중앙은행 후보가 동시에 비트코인에 손을 들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파워 프로젝션(Power Projection)"은 원래 군사 용어다. 한 국가가 자국 국경 너머로 경제적·정치적·군사적 힘을 투사하는 능력을 뜻한다. 지난 100년간 달러는 미국의 가장 강력한 파워 프로젝션 도구였다. 그런데 지난주 워싱턴에서, 미국의 4성 장군이 상원 청문회장에서 선서 후 이렇게 말했다.
"비트코인은 파워 프로젝션의 도구입니다."
같은 날 반대편 청문회장에서는, 비트코인을 개인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연준(Fed) 의장 후보가 취임 의지를 밝혔다.
군과 중앙은행은 서로 증언을 조율하지 않는다. 그런데 두 곳에서 동시에 같은 방향의 신호가 나왔다.
"사령관, 비트코인이 안보 자산입니까"
새뮤얼 파파로(Samuel Paparo)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지난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했다. 그는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를 관할하는 4성 제독이다. 미국의 군사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을 책임지는 인물이 공개 증언석에 앉아 비트코인을 언급했다.
"비트코인은 파워 프로젝션의 도구로서 가치 있는 컴퓨터 과학 기술입니다.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응용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인도태평양사령부(INDOPACOM)가 현재 군사 네트워크 보안 테스트를 위해 비트코인 노드를 실제로 운영하고 있다고 공개한 것이다. 이론이 아니라 실전이다.
현직 미국 전투사령관이 공개 의회 증언에서 비트코인을 국가 안보 자산으로 규정한 것은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맥락이 중요하다. 현재 중국 인민은행 산하 싱크탱크는 자체적인 비트코인 준비자산 보고서를 내부에서 유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중 양국이 동시에 비트코인의 전략적 가치를 탐색하고 있다는 의미다. 파파로 사령관의 발언은 단순한 개인 견해가 아니라, 미국의 국가 안보 전략 안에서 비트코인이 이미 어느 위치에 와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연준 의장 후보의 포트폴리오
같은 날, 상원 은행위원회에서는 케빈 워시(Kevin Warsh)의 인사 청문회가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 의장으로 지명한 인물이다.
워시 후보는 청문회에서 Fed의 독립성을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동시에 연준의 "체제 전환(regime change)"을 예고했다. 더 작은 대차대조표, 더 적은 정책 회의, 새로운 인플레이션 프레임워크가 그 골자다. 기존 통화정책의 근본적 재설계다.
그런데 그에게는 전례 없는 이력이 하나 있다. 워시 후보는 Fed 의장 후보 역사상 최초로 비트코인에 유의미한 개인 자산을 투자한 인물이다. 그는 과거 비트코인을 "금과 같은 지속 가능한 가치 저장 수단"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지난 100년간 연준은 꾸준히 달러 가치를 희석해왔다. 만약 비트코인의 가치를 이해하는 인물이 연준 의장이 된다면, 비트코인이 미국 금융 시스템 안에 더 깊이 통합될 가능성이 열린다. 완전히 새로운 지형이다.
탈중앙화의 민낯: 같은 주에 터진 두 사건
군사령관이 비트코인을 국가 안보 자산으로 지목하던 바로 그 주, "탈중앙화"를 표방해온 이더리움 기반 프로젝트들은 반대의 현실을 드러냈다.
아비트럼(Arbitrum)의 동결 사건
이더리움 레이어2 네트워크 아비트럼의 시큐리티 카운슬은 KelpDAO 브릿지 해킹 사건과 연관된 이더리움 3만766개(약 710억 원 상당)를 동결하는 긴급 온체인 조치를 집행했다. 법집행 기관의 요청을 받아 소수의 내부자들이 다중서명(멀티시그) 방식으로 사용자 자금을 통제한 것이다.
이 사건과 연결된 2억9,200만 달러 규모의 익스플로잇은 디파이(DeFi) 전체에서 132억 달러의 TVL(총예치자산) 감소로 이어졌다.
기술적으로 보면, 수십 명의 내부자가 멀티시그에 서명해 프로토콜 수준에서 자금을 이동시킨 것은 은행이 사용하는 운영 방식과 동일하다. 비트코인에는 어드민 키가 없다. 재단의 개입 권한이 없다. 어떤 위원회도 특정 UTXO(비트코인 잔액 단위)를 동결할 수 없다. 그것이 비트코인의 핵심이다.
저스틴 선과 트럼프 가문의 법정 싸움
트론(Tron) 창업자 저스틴 선은 트럼프 일가가 연계된 크립토 벤처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WLFI)을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WLFI는 한때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였던 그의 WLFI 토큰을, 그가 수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거부하자 동결했다고 한다. WLFI가 자체 규정을 몰래 수정해 토큰 이전에 대한 블랙리스트 권한을 스스로에게 부여했다는 것이다. WLFI 측은 소송이 "전혀 근거 없다"고 반박했다.
이 소송의 시비곡절과 무관하게, 구조적 교훈은 아비트럼 사건과 동일하다. 어드민, 재단, 또는 멀티시그가 존재하는 크립토 시스템에서는 그 권한이 결국 행사된다. 낯선 이에게도, 한때 동맹이었던 이에게도, 심지어 대통령 측근에게도.
전 세계에서 이어지는 비트코인 채택
같은 주 비트코인 채택 흐름도 잇따랐다.
러시아 국가두마는 비트코인을 법적 재산으로 분류하는 법안을 327대 13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국영 스베르방크는 1억1,000만 명의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비트코인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우즈베키스탄은 대통령령으로 "베스칼라 마이닝 밸리(Besqala Mining Valley)"를 설립하고, 공인된 비트코인 채굴 업체에 2035년까지 세금 면제 혜택을 부여하는 대신 월 1%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일본에서는 노무라(Nomura)와 레이저 디지털(Laser Digital)의 2026년 기관투자자 설문 결과, 일본 기관투자자의 79%가 향후 3년 안에 비트코인에 자산을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영국에서는 세 개의 비트코인 관련 상장지수증서(ETN)가 혁신금융 ISA(Individual Savings Account) 계좌 안에서 거래 가능해지면서, 영국 소매 투자자들에게 비과세 비트코인 투자 경로가 다시 열렸다.
글로벌 금융 인프라 기업 브로드리지(Broadridge)는 월간 8조 달러를 처리하는 인프라 위에, 캐나다 자산관리사를 위한 비트코인 플랫폼을 출시했다.
AI가 화폐를 쓸모없게 만들 수 있을까
이번 주 업계에서는 또 다른 논쟁이 펼쳐졌다. 일론 머스크가 AI와 로봇공학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너무 커서, 각국 정부가 "보편적 고소득(universal high income)" 지급을 인플레이션 없이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꺼낸 것이다. 어쩌면 물가를 오히려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경제학자 피터 얼(Peter C. Earle)은 이 주장이 직관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구조적으로 틀렸다고 반박한다.
머스크 주장의 핵심은 단순하다. 인플레이션을 '달러 ÷ 재화'라는 비율로 보면, 분모(재화)가 분자(달러)보다 빠르게 늘어나면 물가는 내려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격은 총량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가격은 섹터별, 결정별, 수요와 공급과 기대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상대적으로 형성된다. 이 상대가격의 움직임이야말로 경제가 무엇을 얼마나 언제 생산할지 조율하는 메커니즘이다. 그것을 왜곡하면 생산 구조 자체가 어긋난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새로 발행된 돈은 절대로 경제 전체에 균등하게, 동시에 흘러들어가지 않는다. 돈은 특정 경로를 통해 유입된다. 정부 이전소득, 은행, 자산시장이 그 경로다. 그 수도꼭지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가장 먼저, 가장 많이 혜택을 받는다. 수도꼭지에서 멀리 있는 사람은 사실상 그 비용을 치른다. 이것이 '캔틸런 효과(Cantillon Effect)'다. 18세기 아일랜드-프랑스계 경제학자 리처드 캔틸런이 1730년대 저서에서 처음 체계화한 개념이다. AI 기반 생산성이 아무리 폭발적으로 늘어나도 이 효과는 사라지지 않는다.
비트코인의 총공급량은 2,100만 개로 고정되어 있다. 누구도 새로운 비트코인을 발행해 정치적 네트워크를 통해 배포할 수 없다. 비트코인 기반 경제에서 AI 주도 생산성 향상은 구매력 상승으로 직접 전달된다. 물가가 내려가고, 소비를 미룬 사람이 보상을 받는다.
머스크의 말처럼 AI가 생산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 그 풍요가 평범한 사람에게까지 닿는 유일한 방법은 아무도 찍어낼 수 없는 화폐에 경제를 닻으로 묶어두는 것이다.
군사 전략과 중앙은행 정책, 디파이의 실패, 그리고 화폐 이론까지. 이 모든 이야기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