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국내에서 쌓아온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베트남을 시작점으로 한 동남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통신망에 전력 인프라와 인공지능 서비스를 결합한 통합형 사업 모델을 앞세워 현지 거점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23일 현지시간 기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SK이노베이션과 함께 베트남 응에안성 정부, 국가혁신센터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구축 및 관련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사업은 SK이노베이션이 추진 중인 뀐랍 액화천연가스 발전 프로젝트와 연결돼 추진된다. 1.5기가와트 규모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 등 발전 설비를 통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이를 토대로 현지 데이터센터를 세우는 방식이다. 전력은 데이터센터 수익성과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여서, 발전 인프라와 데이터센터를 함께 묶는 구조는 동남아 시장에서 차별화 포인트로 거론된다.
SK텔레콤은 이번 협력을 단순한 시설 건설에 그치지 않고 현지 인공지능 산업 기반을 함께 키우는 방향으로 넓히고 있다. 베트남 국가혁신센터와 정책 수립, 파트너 발굴, 산업 생태계 조성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한 것도 이런 이유다. 정재헌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산업 성장의 핵심 인프라로 규정하면서, 회사가 보유한 구축·운영 역량을 토대로 현지 여건에 맞는 협력 모델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해외 진출은 국내에서 먼저 구축해 온 인공지능 인프라 기반의 연장선에 있다. SK텔레콤은 가산 데이터센터에서 서비스형 그래픽처리장치, 즉 필요한 만큼 그래픽처리장치 연산 자원을 빌려 쓰는 서비스를 상용화했고, 엔비디아 B200을 탑재한 소버린 그래픽처리장치 클러스터 해인을 구축해 국내 인공지능 연산 역량 확보에 힘을 실었다. 현재 울산에서는 100메가와트 규모의 초대형 인공지능 전용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으며, 아마존웹서비스와 협력해 그룹 내 발전 설비를 활용한 전력 조달과 고효율 냉각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여기에 오픈AI와 서남권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구축도 추진하면서 수도권과 영남, 호남을 잇는 이른바 데이터센터 벨트 형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해외 사업의 실제 성패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 이번 베트남 사업은 현재 업무협약 단계여서 구체적인 투자 규모나 수익 구조는 공개되지 않았다. 특히 전력 인프라와 결합한 데이터센터는 초기 투자비가 매우 크고, 현지에서 충분한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지, 전력·통신·토지 관련 규제를 원활히 풀 수 있는지가 사업성을 좌우한다. 이미 글로벌 대형 기술기업들이 동남아 데이터센터 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럼에도 SK텔레콤은 전국 단위 통신 인프라를 활용한 에지 인공지능과 인공지능 기반 지능형 통신망을 통신사 고유의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베트남 사업의 구체화 여부에 따라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 주변국 확장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