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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호르무즈의 교훈, 한국은 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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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군함과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란을 봉쇄했다…원화 디지털 주권 없는 한국, 유럽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TokenPost.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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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이 군사행동으로 이란을 제압하고 물러선 뒤, 영국과 프랑스가 호르무즈 해협 해상 항행의 자유를 위한 국제 이니셔티브를 주도했다. 4월 17일 파리에서 열린 화상회의에는 독일·이탈리아 정상이 직접 참석했고, 한국을 포함한 50여개국이 합류했다. 미국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 장면이 말해 주는 것은 하나다. 미국이 싸우고 떠난 자리를 유럽이 수습하려 나섰다는 것. 전쟁의 비용은 치르지 않고 평화의 배당을 챙기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유럽은 미국이 군함 파견을 요청했을 때 응하지 않았다. 총성이 멎고 나서야 깃발을 들었다.

뒤늦은 등장 자체가 유럽 지정학의 현주소를 말해 준다.

독일의 기여 목록이 상징적이다. 기뢰제거함 몇 척, 보급함 한 척, 정찰기 두 대. 프리깃함은 북대서양 NATO 작전에 묶여 있다. 유럽 최대 국방 예산을 자랑하는 나라의 성적표치고는 부끄럽다. 막대한 국방비가 어디로 갔는지는 방산업체의 실적과 관료주의의 비대화가 대신 설명해 준다.

문제는 유럽이 이 현실을 알면서도 바꾸지 못한다는 데 있다. 에너지의 60%를 수입에 의존하면서 지정학적 자율성을 논했고, 러시아와의 에너지 관계를 자해하면서 도덕적 우월감을 내세웠다. 기후 도덕주의와 넷제로 교조로 공백을 채우는 사이, 미국은 파나마 운하·호르무즈 해협·말라카 해협이라는 세계 3대 해상 요충지를 동시에 장악했다. 선언은 많았고 준비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유럽의 군사적 무력함이 아니다. 미국이 구사한 전략의 구조적 진화다.

미 재무부가 이란 연계 자금 동결에 사용한 수단은 SWIFT도, 은행 계좌 동결도 아니었다. 테더의 USDT였다. 4월 23일,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는 OFAC과 협력해 트론 블록체인 위의 지갑 두 개에서 3억 4,400만 달러 규모의 USDT를 동결했다. 테더 단일 집행 조치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이를 '이코노믹 퓨리' 작전의 일환으로 공식화했다. 이란의 자금 조성·이동·송환 능력을 체계적으로 무력화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이것이 21세기 미국 패권의 새로운 문법이다. 군함이 호르무즈를 지키고, 스테이블코인이 자금줄을 막는다. 물리적 해협 통제와 디지털 달러 통제가 하나의 패권 체계 안에서 동시에 작동한다. 달러 패권은 석유 결제에서 시작해 SWIFT를 거쳐 이제 블록체인 위의 스테이블코인으로 집행 영역을 확장했다. 탈달러화를 모색하던 국가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우회로로 삼으려 했다면, 그 경로도 이미 봉쇄되어 있었다는 뜻이다.

한국은 이 지형을 남의 일로 볼 수 없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그 해협의 안전을 미국의 군사력에 의탁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에너지 안보는 근본적으로 미국 전략의 종속 변수다. 여기까지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새로운 종속의 축이 추가됐다.

USDT·USDC로 대표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한국 블록체인 금융의 사실상 기축이 됐다. 그런데 이번 테더의 이란 자금 동결이 증명했듯,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쓰는 순간 그 자금은 미국 재무부의 통제 반경 안에 들어간다. OFAC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면 지갑은 즉시 동결된다. 이란에 적용된 논리는 언제든 다른 사안, 다른 지역에도 적용될 수 있다.

물리적 에너지 흐름과 디지털 자금 흐름이 동시에 미국의 통제 아래 있다. 에너지 자립 없이 외교적 자율성을 외쳤던 유럽의 공허함이, 디지털 통화 주권 없이 블록체인 금융을 논하는 한국의 현실과 겹쳐 보인다.

해법은 명확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핀테크 편의의 문제가 아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의존도를 낮추고, 원화의 디지털 유통 경로를 자국 법제 안에서 확보하는 통화 주권의 문제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스테이블코인 관련 입법이 지지부진한 사이, 홍콩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라이선스 제도를 정비했고, 싱가포르는 은행이 비허가형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를 적격 자산으로 편입할 수 있는 건전성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 금융 중심지들이 제도 경쟁에서 앞서 나가는 동안 한국은 논의만 반복하고 있다.

제도가 늦어지는 것은 단순한 행정 지체가 아니다. 그 공백 속에서 한국 이용자와 기업은 계속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의존하고, 그 의존이 깊어질수록 원화의 디지털 영역은 달러에 잠식된다. 한국 블록체인 금융 프로젝트들이 싱가포르와 홍콩으로 이전을 선택하는 속도도 빨라진다.

유럽은 싸우지 않고 수확을 챙기려다 세계의 눈총을 받았다. 더 깊은 문제는 에너지도, 통화도 스스로 지킬 준비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그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호르무즈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군사력만이 아니다. 준비되지 않은 자율성은 자율성이 아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지정학적 무기로 기능하는 시대에, 원화의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지 못한 채 블록체인 금융 강국을 논하는 것은 공허한 선언에 불과하다.

국회가 움직여야 할 때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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