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후드의 암호화폐 상장 직전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포착된 ‘사전 포지셔닝’ 정황이 온체인과 파생상품 데이터 전반에서 확인됐다. 카이코 리서치(Kaiko Researc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로빈후드 상장 발표 수시간 전부터 라이터(LIT) 등 일부 자산의 미결제약정(OI)과 펀딩비, 대규모 주문 거래량이 뚜렷하게 증가했고, 하이퍼리퀴드 상에서는 발표 직전 진입해 직후 청산하는 지갑 거래가 공개적으로 기록됐다고 분석했다. 이는 단순한 투기적 선행매매를 넘어, 로빈후드 상장 정보를 둘러싼 정보 비대칭 가능성을 시장 구조 차원에서 다시 제기한 사례로 읽힌다.
온체인에 남은 로빈후드 상장 직전 거래 흔적
이번 분석의 출발점은 2026년 1월 15일 로빈후드의 라이터(LIT) 상장 사례다. 보고서 작성자인 로렌스 프라우선은 하이퍼리퀴드 온체인 데이터를 추적한 결과, UTC 기준 오전 11시 5분 카이코 리서치(Kaiko Research)가 지목한 한 지갑이 1.9599달러에 라이터(LIT) 롱 포지션을 열었고, 같은 날 오후 12시 12분 로빈후드가 상장을 발표한 뒤 오후 1시 2.02달러에 이를 청산했다고 전했다. 발표 직전 진입과 직후 청산이라는 구조는 상장 모멘텀의 핵심 구간만 정밀하게 포착한 거래로 해석된다.
더 주목되는 대목은 동일한 패턴이 단일 지갑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또 다른 카이코 리서치(Kaiko Research)가 추적한 두 번째 지갑 역시 공개 발표 이전 라이터(LIT) 익스포저를 보유했고, UTC 오후 1시 1분 청산했다. 하이퍼리퀴드는 모든 주문, 포지션, 지갑 주소, 타임스탬프가 온체인에 영구 기록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 같은 거래는 사후 삭제나 수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복수의 참여자가 로빈후드 상장 직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사실은 ‘우연’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 보고서의 판단이다.
펀딩비·미결제약정·대규모 주문이 먼저 반응
온체인 거래만 이상 신호를 보인 것은 아니다. 카이코 리서치(Kaiko Research)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낸스에서 라이터(LIT) 펀딩비는 상장 발표 이틀 전인 1월 13일부터 평소 수준을 벗어나 상승하기 시작했다. 양의 펀딩비는 롱 포지션 수요가 숏보다 강하다는 뜻이다. 별다른 공개 재료가 없는 상태에서 펀딩비가 먼저 들썩였다는 점은 로빈후드 상장 기대를 선반영한 포지셔닝이 이미 시장 내부에 존재했음을 시사한다.
미결제약정(OI)도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라이터(LIT) 상장 발표 전 6시간 동안 바이낸스 무기한 선물 시장의 미결제약정은 15% 증가했다. 단기 랠리 구간에서 OI가 늘어나는 현상 자체는 드물지 않지만, 공개 뉴스 이전에 방향성 자금이 유입됐다는 점이 핵심이다. 거래량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상장 전 24시간 동안 전체 거래량은 평소 하루 5000만~6000만달러 수준에서 거의 두 배로 확대됐고, 특히 1만달러 이상 대규모 주문 거래량은 평균 260만달러에서 930만달러로 3.6배 급증했다. 이는 리테일 추종 매수보다 ‘사전 포지셔닝’ 성격이 짙은 흐름으로 읽힌다.
라이터만이 아니었다…SNX·ZEC에서도 반복
카이코 리서치는 라이터(LIT) 사례를 가장 정밀한 표본으로 제시했지만, 고립된 사건으로 보지는 않았다. 분석 대상에 신세틱스(SNX), 지캐시(ZEC)를 포함해 공통 타임라인으로 겹쳐본 결과, 로빈후드 상장 발표 12시간 전부터 발표 직후까지 자산 전반에서 유사한 가격 드리프트가 반복됐다는 설명이다. 상장 발표 이후 8~10% 수준의 가격 상승은 뉴스 효과로 설명 가능하지만, 발표 직전 좁은 시간대에 나타난 선행 상승은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유동성 조건과 거래 환경을 가진 종목에서 비슷한 시간대, 비슷한 방향의 움직임이 되풀이됐다는 점도 눈에 띈다. 보고서는 이런 패턴이 개별 자산의 우연한 수급 변화가 아니라, 로빈후드 상장이라는 특정 이벤트를 겨냥한 사전 전략일 가능성을 높인다고 평가했다. 다시 말해 시장은 발표 순간보다 그 이전부터 이미 움직이고 있었고, 그 흔적은 가격뿐 아니라 파생상품과 온체인 전반에 걸쳐 남았다는 의미다.
같은 주소, 이번엔 HOOD 실적 발표 전 숏 포지션
분석은 로빈후드 자체 주식인 후드(HOOD) 사례로까지 확장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장 직전 라이터(LIT) 롱 포지션을 잡았던 동일 주소는 2026년 4월 28일 UTC 14시 26분, 하이퍼리퀴드에서 81.99달러에 후드(HOOD) 숏 포지션을 개시했다. 당시 시장에는 이를 설명할 공개 정보가 없었지만,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하락했고 이 주소는 UTC 약 20시 17분 76.347달러에 포지션을 청산했다. 상장 호재 앞에서는 롱, 실적 악재 앞에서는 숏으로 대응한 셈이다.
실적 발표 전 12~24시간 동안 후드(HOOD) 거래량이 평소 평균 12만달러의 4~5배로 증가했다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공개 촉매 없이 거래량이 먼저 불어났고, 이후 실제 이벤트가 가격 변동으로 이어졌다면, 단순한 감에 따른 베팅이라기보다 정보 우위에 기반한 거래일 수 있다는 의심이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특히 이런 거래가 중앙화 거래소의 불투명한 장부가 아닌, 모두가 열람 가능한 온체인 환경에서 이뤄졌다는 점은 이번 사례를 더욱 이례적으로 만든다.
남은 쟁점은 정보 유출인가, 정교한 프론트러닝인가
카이코 리서치는 로빈후드 상장을 둘러싼 일련의 이상 징후가 ‘특권적 정보 접근’의 결과인지, 아니면 공개 신호를 이용한 극도로 정교한 프론트러닝 방법론의 산물인지는 단정하지 않았다. 다만 펀딩비 상승, 미결제약정 확대, 대규모 주문 집중, 복수 종목의 사전 가격 상승, 그리고 발표 시점을 분 단위로 겨냥한 온체인 거래까지 함께 놓고 보면, 반복성과 일관성은 분명하다고 봤다.
결국 이번 사안의 본질은 로빈후드 상장 전후 가격 급등락 자체보다, 그 이전 단계에서 누가 어떤 방식으로 먼저 움직였는지에 있다. 카이코 리서치(Kaiko Research)는 하이퍼리퀴드 같은 투명한 온체인 시장이 오히려 전통적으로 은폐되기 쉬웠던 ‘사전 포지셔닝’의 흔적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빈후드 상장과 관련된 정보 흐름이 실제로 새고 있는지, 혹은 시장 참가자들이 반복 가능한 신호 체계를 이미 구축했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지만, 적어도 이번 데이터는 시장이 공식 발표보다 먼저 움직였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히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