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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토큰화는 시작일 뿐…타이거리서치, 캔톤 네트워크가 바꾸는 금융 인프라 재편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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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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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리서치는 자산 토큰화의 핵심이 미국 국채 등 RWA 발행을 넘어 레포, 증권결제, 자금조달,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아우르는 금융 인프라 재설계에 있다고 분석했다.

캔톤 네트워크는 프라이버시, 원자적 결제, 규제 적합성을 바탕으로 브로드리지·DTCC·HSBC 등 글로벌 기관의 실사용 사례를 빠르게 늘리며 기관형 온체인 전환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타이틀/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

타이틀/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

자산 토큰화가 단순한 ‘디지털 포장’ 수준을 넘어 전통 금융 인프라 전반을 재설계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 국채를 온체인에 올리는 RWA 시장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실제 변화의 핵심은 레포, 증권결제, 자금조달, 스테이블코인 결제까지 포괄하는 금융 레일의 전면적 재구성에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특히 캔톤 네트워크(Canton Network)가 기관투자자 요구에 맞는 프라이버시, 원자적 결제, 규제 적합성을 갖추며 글로벌 금융권의 실사용 사례를 빠르게 축적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번 리서치에 따르면 시장이 가장 익숙하게 받아들인 RWA 사례는 블랙록의 비들(BUIDL)이지만, 이는 토큰화의 출발점일 뿐 종착점은 아니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가 2026년 주주서한에서 “오늘날의 토큰화는 1996년의 인터넷과 비슷한 위치에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한 대목은 이런 문제의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타이거리서치는 1996년 당시 포춘 500대 기업 가운데 온라인 거래를 도입한 비율이 26%에 그쳤지만, 이후 인터넷 채택 속도가 시장 지형을 바꿨던 것처럼 현재의 자산 토큰화 역시 초기 진입 기업과 후발 주자 간 격차를 키울 수 있다고 봤다.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rwa.xyz 기준 투자자가 지갑에서 직접 보유하고 거래하는 온체인 발행 자산은 2026년 5월 기준 약 340억 달러 규모로, 2020년 초 15억 달러에서 6년 만에 20배 이상 확대됐다. 여기에 실물은 수탁기관이 보관하고 소유권만 체인에 기록한 온체인 표상 자산까지 포함하면 시장 규모는 약 3600억 달러로 커진다. 이는 RWA가 더 이상 실험적 개념이 아니라, 기존 자본시장과 접속하는 독립된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보고서는 특히 ‘단기 자금 시장’에서 온체인의 효용이 두드러진다고 평가했다. 레포 거래는 기관이 보유한 채권을 담보로 초단기 유동성을 조달하는 핵심 시장이지만, 기존 구조에서는 시스템 운영 시간이 제한돼 주말이나 공휴일 사이 리스크가 누적되는 문제가 있다. 악재가 터져도 가격 고시와 정산이 멈춰 있어 리스크가 월요일 개장과 동시에 한꺼번에 마진콜로 반영되는 식이다. 이 경우 기관은 거래 효율과 무관하게 별도 현금 버퍼를 쌓아둘 수밖에 없다.

온체인 레포는 이 지점을 바꾼다. 담보와 현금이 동시에 교환되는 DvP(Delivery versus Payment), 즉 ‘원자적 결제’ 구조를 통해 한쪽만 먼저 이행하는 상황을 원천 차단하고, 토큰화된 채권과 현금이 24시간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든다. 시스템 운영시간 제약이 사라지면서 담보 이동과 정산, 마진 산출이 상시 가능해지고, 그만큼 유동성 효율도 개선된다는 설명이다.

대표 사례로 거론된 기업은 브로드리지(Broadridge)다. 브로드리지는 캔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DLR(Distributed Ledger Repo) 플랫폼을 통해 블록체인 기반 레포 거래를 운영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4월 기준 DLR의 월간 총 결제 규모는 7.7조 달러, 일평균 결제 규모는 3680억 달러에 달한다. HSBC, UBS, 소시에테 제네랄 등 주요 글로벌 은행이 이미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는 온체인 기술이 더 이상 파일럿 수준을 넘어 실제 대형 기관의 자금 운용 인프라로 편입되고 있음을 뜻한다.

‘증권 결제’ 영역도 마찬가지다. 현재 전통 금융은 매매 체결과 대금·증권 이전 사이에 시차가 존재하는 T+1 또는 T+2 구조를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거래상대방이 파산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중앙청산소(CCP)가 중간에서 리스크를 흡수한다. 하지만 1987년 홍콩 블랙먼데이,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2018년 나스닥 클리어링 사태처럼 극단적 상황에서는 청산 인프라 역시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장부의 파편화다. 발행사, 수탁사, 청산기관, 결제기관이 같은 거래를 각자 별도 장부에 기록한 후 사후 대사(reconciliation)를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수동 정정 비용과 운영 리스크가 상시 발생한다. 반면 온체인 환경에서는 하나의 공유 원장 위에서 거래와 자산 이동이 동시에 기록되며, 대금과 증권이 하나의 트랜잭션으로 처리되는 ‘원자적 결제’가 가능해진다. 거래 체결과 결제 사이 시차가 구조적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실제 적용 사례도 나왔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은 디지털 결제 플랫폼 DiSH를 캔톤 위에 올려 증권 결제에 활용했고, 로이즈뱅크는 토큰화된 영국 국채를 토큰화된 예금으로 매입하는 거래를 완료했다. 더 상징적인 움직임은 DTCC다. 미국 증권 청산·결제 핵심 기관인 DTCC는 디지털 에셋(Digital Asset)과 협력해 DTC 수탁 미국 국채를 캔톤 네트워크 위에서 토큰화하는 작업에 착수했으며, 2026년 상반기 최소기능제품(MVP)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보고서는 결제 실패가 곧 라이선스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는 기관이 온체인 전환을 택했다는 점 자체가 기존 아키텍처의 구조적 한계를 방증한다고 해석했다.

‘자금 조달’ 시장에서는 발행 프로세스와 담보 활용도가 핵심 개선 포인트로 지목됐다. 기존 회사채나 구조화 상품 발행은 발행사, 인수단, 법무법인, 수탁기관 등 다수 참여자의 절차를 거치며 통상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린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장 변동성, 헤지 비용, 수요 변화 등 통제 불가능한 변수도 증가한다. 여기에 발행 후 담보로 재활용하는 과정 역시 여러 기관의 시스템이 분절돼 있어 실사용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온체인 발행은 이 과정을 스마트컨트랙트 중심으로 재구성한다. KYC·AML 검증 이후 청약자 등록부터 배정, 결제까지를 자동화하고, 발행된 자산을 같은 네트워크 위에서 곧바로 다른 거래의 담보나 기초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든다. 다만 이 모델이 자리 잡으려면 발행 조건, 투자자 명단, 배정 정보 등 민감한 데이터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아야 하며, 바로 이 지점에서 기관형 퍼미션드 인프라의 필요성이 커진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HSBC 오리온(Orion)은 이런 구조가 실사용으로 이어진 대표 사례다. HSBC는 2024년 2월 홍콩 정부와 함께 60억 홍콩달러 규모의 디지털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이는 HKD, CNH, EUR, USD 등 4개 통화 기반의 정부 발행 디지털 채권으로, 8개 국적의 50여 개 글로벌 투자자가 참여했다. 기존 결제 주기는 T+5에서 T+1로 단축됐다. 더 중요한 점은 발행 직후 HSBC와 동아시아은행(BEA)이 해당 디지털 그린본드를 담보로 레포 거래를 체결했다는 사실이다. 발행과 유통, 담보 활용이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끊김 없이 연결된 첫 실증 사례로 평가된다.

‘스테이블코인 결제’ 부문에서는 속도보다 프라이버시와 내부 시스템 연계가 더 큰 과제로 제시됐다.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결제는 빠르지만 거래 상대방, 금액, 잔액이 공개돼 기업의 영업 정보가 고스란히 드러날 수 있다. 또한 지갑에 들어온 자금이 ERP나 회계 시스템과 분리돼 있어 실제 운용까지 추가 절차가 필요하다는 한계도 있다.

이 문제를 겨냥한 사례가 비트웨이브(Bitwave)다. 비트웨이브는 캔톤 네트워크 위에 스테이블코인 기반 비공개 B2B 결제 인프라를 구축해 NetSuite, QuickBooks, Sage Intacct 등 주요 ERP와 연동했다. 인보이스가 발행되면 스마트컨트랙트가 결제를 실행하고, 동시에 회계 장부와 컴플라이언스 기록이 자동 반영된다. 거래 내역은 당사자와 권한 있는 감사기관만 볼 수 있으며, 다른 참여자에게는 거래 자체가 노출되지 않는다. 보고서는 이를 통해 결제, 회계, 규제 준수가 하나의 워크플로로 통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다양한 사례가 한곳으로 모이는 배경에는 캔톤 네트워크의 설계 특성이 있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캔톤 네트워크가 기관용 인프라로 주목받는 이유로 ‘거래 단위 프라이버시’, ‘앱 간 상호운용이 가능한 원자적 결제’, ‘퍼블릭 퍼미션드 구조’ 세 가지를 꼽았다. Daml 스마트컨트랙트 언어는 누가 거래를 보고, 서명하고, 실행할 수 있는지 권한 자체를 코드에 포함시킨다. 이 덕분에 매수자와 매도자, 규제기관, 수탁기관이 각각 필요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열람할 수 있다.

합의 구조도 차별점이다. 일반 퍼블릭 체인이 거래를 다수 노드에 공개하는 방식이라면, 캔톤은 이해당사자만 검증에 참여하는 ‘Proof-of-Stakeholder’ 방식을 채택한다. 여기에 여러 서브넷을 연결하는 Global Synchronizer는 거래 내용을 복호화하지 않은 채 순서만 동기화한다. 즉, 인프라 운영과 데이터 접근을 분리해 프라이버시와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한 구조다.

규제 측면에서도 장점이 부각된다. 바젤위원회(BCBS)는 2022년 토큰화 자산을 그룹 1과 그룹 2로 구분했으며, 퍼미션리스 블록체인 위 자산에는 최대 1250%의 위험가중치를 적용하도록 했다. 반면 토큰화 전통 자산과 스테이블코인처럼 기초자산과 동일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는 구조는 그룹 1에 속한다. 보고서는 캔톤 네트워크가 이러한 규제 요구에 부합하도록 설계된 ‘퍼블릭 퍼미션드’ 구조라는 점에서 글로벌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자본 부담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고 진단했다.

아시아 확장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2026년 1월 토큰증권(STO) 제도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및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분산원장이 전자등록계좌부로서 법적 효력을 인정받는 기반이 마련됐다. 시행은 2027년 1월이지만, 제도 정비 이전부터 주요 금융사는 이미 실전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한화투자증권은 2026년 2월 RWA 부문 채용 공고에서 ‘Canton Network 기반 Daml 스크립트 개발 경험 또는 이해’를 우대 조건으로 명시했고, 이후 디지털 에셋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신한자산운용과 신한투자증권은 2026년 6월 캔톤 재단과 각각 양해각서를 맺고 거버넌스 참여와 해외 투자자 연결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KB증권 역시 웨이브릿지, 캔톤 재단과 함께 국내 자본시장 거래에 분산원장 기반 인프라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에서는 일본증권청산기구(JSCC), 노무라홀딩스,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이 2026년 4월 일본 국채(JGB) 담보 토큰화 실증에 착수했고, 홍콩은 HKFMI와 CMU를 통해 채권결제 인프라에 캔톤 기술을 통합했다. 싱가포르에서도 하이드라엑스(Hydra X)가 규제 환경 아래 구조화 상품을 출시하며 실물 검증을 마쳤다. 아시아 주요 시장이 각기 다른 제도 환경 속에서도 공통적으로 기관형 온체인 인프라 도입을 서두르는 셈이다.

보고서는 자산 토큰화 논의가 더 이상 국채를 체인 위에 올리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결론지었다. 진짜 변화는 ‘자산의 디지털화’가 아니라 발행, 담보, 결제, 청산, 회계, 규제가 단일 네트워크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코멘트” 지금 시장은 작은 토큰의 가격보다, 그 토큰 뒤에 어떤 자본시장 인프라가 깔리고 있는지를 봐야 할 시점이다. 1996년 인터넷 도입을 망설였던 기업들이 시장 주도권을 잃었듯, RWA와 캔톤 네트워크를 둘러싼 현재의 흐름 역시 금융권에선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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