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런던에서 이틀 연속 고위급 무역 협상을 이어가며 양국 간 긴장 완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번 협상은 상호 관세 보복과 수출 규제로 악화된 양국 경제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고, 전략적 핵심 물자에 대한 접근성을 회복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현지 시간 10일,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가 이끄는 양국 협상단은 협상 2일 차 일정에 돌입했으며, 여러 쟁점에 대한 기술적 조율에 집중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워드 루트닉 미 상무장관은 “매우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며, 협상이 내일로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중국산 희토류 광물의 안정적인 공급망 회복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중국은 자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수출 제한 조치 완화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항공기 엔진 부품과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등 첨단 기술 제품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지가 관건이다.
양측이 최근 몇 달간 주고받은 고율 관세 조치들 중 일부는 일시적으로 유예된 상태이며, 협상이 결렬될 경우 공급망 병목과 소비자 가격 상승 같은 경제적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증시에서는 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심리가 살아나며 주요 지수가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시장 반응이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도이치뱅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폴커츠-란다우는 “시장 반등이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정책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며, 유럽과 중국의 보복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외에도 여러 국가들과 무역 협상을 병행하고 있으며, ‘해방의 날’ 관세 유예 조치의 만료일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 조치가 종료되면 미국과의 무역에서 두 자릿수 관세가 부과되는 국가들이 늘어나게 된다. 최근 미 법원이 일부 관세 조치를 위법하다고 판결한 뒤, 또 다른 법원에서 이를 효력 유지시키는 판단을 내리며 관세 정책의 법적 지위도 혼란스러운 상태다.
경제계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4월 초 발표한 관세 인상안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경제가 후퇴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중 양국 모두 자국 산업의 치명적인 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 규제를 통해 미국과 동맹국 산업에 타격을 주고 있으며, 미국은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필요한 필수 장비와 소프트웨어의 대중 수출을 제한함으로써 중국의 세계 기술 경쟁력 약화를 노린다는 분석이다.
블랭크롬 국제통상분야 공동대표 앤서니 라파는 “희토류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어느 한 나라가 장악할 경우, 전 세계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자원”이라며, “중국이 해당 자원을 무기로 사용할 경우, 동맹국들이 외교적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AI 기술의 세계 표준을 선점하는 싸움에서 미국의 수출 통제가 중국에 지속적인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협상의 성패 여부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 기술 패권, 투자 심리 전반에 지대한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앞으로 남은 협상 일정에 시장과 정계 모두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