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채용은 줄고 퇴사는 감소하며 해고는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노동시장에 갇힌 듯한 느낌을 받는 근로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기업과 노동자 모두가 불확실성에 발이 묶여 있다는 신호로, 특히 올해 상반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불러온 충격파가 그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 유데미의 이코노미스트 미샤 피셔에 따르면 노동시장에선 ‘잠금(lock-in) 효과’가 확산 중이다. 이는 부동산 시장에서 자주 언급되던 개념으로, 근로자들이 이직을 주저하고 기업들 역시 신규 채용에 나서지 않으면서 인력 유동성이 극히 낮아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실제로 최근 들어 퇴사율과 채용률이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직을 원하는 근로자나 입직을 준비하던 구직자들에게 기회가 점점 닫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5월 한 달 간 새로 창출된 일자리는 13만 9,000개로, 표면적으로는 실업률 상승을 막기에 충분한 수치다. 그러나 일자리 증가 속도는 확연히 둔화되고 있다. 인디드 리서치의 고용전문 이코노미스트 코리 스탈은 "지금의 일자리 증가 세는 이전보다 훨씬 완만하며,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실업률 상승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시장 둔화의 배경에는 단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올 들어 부과된 일련의 수입관세는 시행과 철회가 반복되며 예측불가능성을 키웠다. 이에 따라 상당수 기업은 투자와 사업 확장 계획을 보류한 상태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향후 몇 개월, 혹은 몇 년간 무슨 관세가 적용될지 예측조차 어렵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실시된 설문조사에서는 다수의 경영진이 ‘현재 환경에서 신사업 추진은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로 고용 확대를 미루고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불투명성은 직간접적으로 고용시장 전반을 위축시키고 있다. 구직자는 안정성에 대한 불안 속에 이직을 포기하고, 기업은 미래 수요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인력을 들이지 않는다.
글래스도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다니엘 자오는 "연준의 고금리 정책과 동시에 진행된 연방정부의 대규모 공무원 감축,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기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노동시장에 냉각 효과를 주고 있다"며 "관세가 실질적인 고용 충격으로 다가오는 시점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그날이 머지않았다"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 노동시장은 명확한 방향을 잡지 못한 상태에서 위기 가능성을 떠안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일자리에 ‘갇히는’ 현상이 고착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기업과 노동자, 특히 청년층과 경력 전환기를 맞은 중간 경력자의 기회 사다리는 이미 크게 좁아진 상황이다. 불확실성을 키우는 관세 정책이 계속된다면, 해빙의 시점은 그만큼 더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