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 시장이 5월에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며 경기 둔화 우려를 일부 상쇄했다.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5월 한 달간 신규 고용은 13만 9,000건으로 집계돼 전월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전문가 예상치였던 12만 5,000건을 웃돌았다. 실업률은 4.2%를 유지하며 최근 1년간 유지돼온 좁은 범위 내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이번 수치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 조치로 불안감이 고조되던 가운데 발표돼 시장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했다. 관세가 단기적으로 기업 비용 상승과 고용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노동 시장이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고용 증가세는 점차 둔화되고 있지만, 기업들이 아직까지 적극적인 해고를 단행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고용 전문가들은 관세의 여파가 하반기에 서서히 나타날 수는 있겠지만, 현재까지는 노동 시장이 이를 충분히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린제이 로스너는 “예상보다 나은 고용성과와 안정된 실업률은 최근의 충격 속에서도 미국 노동 시장이 여전히 견고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월가도 일제히 안도하는 분위기다. 민간 고용과 해고 지표 등이 부진하게 나타나며 전일 주가 하락을 야기했던 상황에서, 정부의 공식 고용 지표는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 야누스 헨더슨의 아담 헤츠 글로벌 멀티에셋 총괄은 “좋은 뉴스가 그대로 호재로 작용한 하루였다”며 “다만 관세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향후 발표될 추가 경제지표들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고용 지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하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연준은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동결해오며 인플레이션 억제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 지표가 뚜렷한 둔화 조짐을 보일 경우 경기 부양을 위한 인하 압박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거나 고용 시장을 급속히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지를 두고 연준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어느 쪽의 신호도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연준은 당분간 관망세를 이어가며 다음 금리결정 회의에서도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로스너는 이에 대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연준의 주요 관심사이며, 이번 고용 지표는 연준의 ‘인내 전략’을 변경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노동 시장에서 뚜렷한 약화 신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완화 사이클 재개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