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직장 감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기업들이 경기 둔화와 정부 예산 삭감에 대비하며 인력 구조조정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올해 들어 발표된 해고 규모는 팬데믹 초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기업 경영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비즈니스 컨설팅 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Challenger, Gray & Christmas)에 따르면, 2025년 들어 지금까지 미국 내에서 발표된 해고 규모는 총 69만6,309명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2020년 초 5개월간 140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던 당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5월 한 달간 발표된 해고는 전월과 비교하면 오히려 감소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47%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챌린저사의 수석 부사장인 앤드루 챌린저는 “관세 정책, 예산 축소, 침체된 소비심리, 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비관론이 기업의 고용 전략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 연방 정부의 예산 집행 구조조정이 고용 전선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효율화부(DOGE)'로 명명된 부처의 강도 높은 예산 삭감과 인력 감축이 도미노처럼 민간 부문까지 확산되며 전반적인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DOGE 관련 직접 해고는 물론, 정부 자금에 의존하던 외부 기관과 기업들까지 연쇄적으로 직원을 줄이면서 전체 감원 규모에서 DOGE 관련 요인이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올해 감원을 발표한 기업도 이전과는 달리 업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프록터앤갬블(PG)은 사무직 중심으로 7,000명의 인력을 2년 내 감축하겠다고 밝혔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FT), 모건스탠리(MS), 월마트(WMT),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WD)도 대규모 감원 계획을 공개했다.
다만 이 보고서는 공개된 해고 발표만을 기준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실제 고용 시장의 변화를 완전히 반영하진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오는 6일(현지시간) 발표될 미 노동부의 공식 고용보고서를 통해 보다 구체적이고 정밀한 고용 환경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직장인과 구직자 모두에게 이번 보고서는 분명한 경고다. 고용 불안이 팬데믹 이후 다시 심화되고 있는 지금, 정부 정책과 소비 변화가 노동시장에 어떤 추가 파장을 몰고 올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