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 교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우려 속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27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한국 시간 오후 2시 25분 기준 전장보다 1.97% 오른 배럴당 107.40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시각 6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원유 선물도 1.69% 상승한 배럴당 96.00달러에 거래됐다. 앞서 국제 유가는 지난 24일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 재개 기대가 커지면서 5거래일 만에 하락했지만, 이후 대면 협상이 무산되자 다시 반등하는 흐름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중동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을 가장 큰 변수로 보고 있다. 전 세계 원유와 석유제품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계속 막혀 있는 상황이어서, 협상 지연이 곧바로 공급 불안 심리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6일 기준 미국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10달러로 이란 전쟁 발발 이전보다 37% 올랐고, 디젤 가격은 갤런당 5.46달러로 45% 뛰었다. 원유 가격 상승이 정유와 운송 비용을 거쳐 소비자 물가에 파급되고 있다는 의미다.
주요 투자은행들도 유가 전망치를 높이거나 높은 수준의 기존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단 스트루벤 애널리스트는 27일 보고서에서 브렌트유의 올해 4분기 평균 가격 전망치를 기존 80달러에서 90달러로 올려 잡았다. 2분기와 3분기 전망치도 각각 100달러, 93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그는 걸프 지역 수출 정상화 시점이 당초 예상했던 5월 중순이 아니라 6월 말로 늦어지고, 산유국 생산 회복도 더딜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올해 2분기 글로벌 공급 부족분은 하루 96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모건스탠리도 걸프 국가들의 원유 수출이 호르무즈 해협 폐쇄 여파로 하루 1천420만 배럴 줄었고, 그 결과 세계 원유 재고가 하루 480만 배럴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 회사는 브렌트유 평균 가격이 2분기 110달러, 3분기 100달러, 4분기 90달러가 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미국의 대이란 협상 기조도 시장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협상을 전화로 진행하겠다며, 원하면 이란이 미국에 연락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미국 협상 대표단을 18시간씩 이동시키며 보낼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당초 미국은 25일 협상 장소인 파키스탄에 대표단을 보낼 계획이었지만, 이란 측이 협상 의지가 크지 않은 태도를 보이자 파견을 보류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발언이 협상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기보다는 이란을 압박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해석한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중동 지역의 실제 수출 회복 속도와 외교 협상 진전에 따라 국제 유가 변동성이 크게 이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