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불확실한 출발을 보였던 미국 증시가 연말에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월가에서 나오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S&P500 지수의 연말 목표치를 기존보다 높인 6,550으로 제시하며 약 10%의 상승 여지를 점쳤다. 이 수치는 S&P500의 올해 최고치보다도 약 7% 높은 수준이다.
비키 차다 도이체방크 미국 주식 및 글로벌 전략 총괄이 이끄는 분석팀은 현재 투자자 포지셔닝이 비교적 중립적이며, 일부 관세가 올해 기업 실적에 부분적인 부담을 줄 것이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이번 전망을 내놓았다. 다만 관세 충격이 일시적이고 제한적이라는 확신이 퍼지면 투자자들은 성장 둔화를 감안하더라도 공격적으로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도이체방크는 올해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1조 1,000억 달러(약 1,584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실적이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는 점이 주식 공급을 줄이며 증시 상승을 지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S&P500 지수의 연간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도 기존 240달러에서 267달러로 상향 조정됐다. 애초 연초엔 이보다 높은 282달러 수준으로 제시됐으나,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일(Liberation Day)' 관세를 일시 유예하면서 중국산 제품에 최소 145%의 고율 관세를 발표한 직후 EPS는 하향 조정된 바 있다.
최근 들어 미국과 중국이 상호 관세율 인하에 합의하면서 시장의 긴장감도 다소 완화됐다. 물론 양국 간 불안 요소는 여전하다. 지난 주말엔 서로 약속을 어겼다고 비난전을 주고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이체방크는 백악관의 관세 협상 접근 방식에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당국이 관세를 실제 발효한 직후 별다른 법적 저항이나 경제적 충격이 발생하기 전 곧바로 유예 조치를 취한 점을 들어, 향후 부정적 효과가 가시화될 경우에도 유화적 조치를 취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증시 상승 전망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 반응에 따라 유연하게 정책 기조를 조정할 것이라는 기대 아래 제시된 셈이다. 도이체방크는 "2018~2019년 반복됐던 긴장 고조와 완화의 사이클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이 재현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글로벌 긴장 속에서도 미국 주식 시장이 상승 랠리를 이어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