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PO 시장이 올 들어 다소 조용한 흐름을 보이고 있음에도, 상장에 성공한 테크 기업들은 눈에 띄는 초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디자인 소프트웨어 업체 피그마(FIGMA)는 이번 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면서 주당 33달러에 공모가를 확정지었고, 이는 기존 예측 범위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벤처캐피털(VC) 지원을 받은 상장 기업들의 평균적인 흐름을 따르게 된다면, 피그마 역시 향후 주가 상승 흐름을 기대해볼 수 있다.
올해 미국 시장에서 상장한 벤처 지원 기업 9곳의 대형 IPO 대부분은 공모가 대비 높은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압도적인 수익률의 선두 주자는 서클(Circle Internet Group)이다. 뉴욕을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 플랫폼 기업인 서클은 지난 6월 상장 후 주가가 5배 이상 폭등해, 현재 기업가치가 400억 달러(약 57조 6,000억 원)를 웃돈다. 서클의 성공으로 디지털 자산 시장의 IPO 열기가 되살아났고, 이후 비트고(BitGo), 제미니(Gemini), 불리시(Bullish) 등이 잇따라 IPO 신청서를 제출하며 상장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시장을 더욱 뜨겁게 달군 건 암호화폐의 가치 급등이다. 비트코인이 최근 11만 8,000달러(약 1694만 8,000원) 선까지 치솟으며 서클의 IPO 주가 급등에 힘을 보탰다.
한편,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인 코어위브(CoreWeave)는 현재 시가총액 약 520억 달러(약 74조 8,000억 원)로, 올해 상장 기업 중 최고 가치를 지닌 곳으로 꼽힌다. 지난 4월 상장 이후 주가가 두 배 이상 오른 상태다. 디지털 은행 플랫폼을 제공하는 차임(Chime) 역시 상장 이후 소폭 상승했는데, 현재 시총은 120억 달러(약 17조 2,000억 원) 수준으로, 몇 해 전 기록했던 250억 달러(약 36조 원)에는 미치지 못한다.
중형급 IPO로는 대사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메체라(Metsera)가 눈에 띈다. 이 기업은 지난 1월 IPO 이후 주가가 두 배 가까이 상승했으며, 타겟형 TV 광고 플랫폼 MNTN도 5월 상장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연내 IPO 시장 확대를 기대하게 만드는 또 다른 주자는 바로 피그마다. 피그마는 상장을 앞두고 공모가 예상 범위를 상향 조정하며, 상장 시점 예상 시가총액을 최대 188억 달러(약 27조 800억 원)로 끌어올렸다. 이밖에도 AI 기반 저전력 반도체를 개발하는 앰빅 마이크로(Ambiq Micro)가 이번 주 상장하며 첫날에만 61% 급등하는 등 긍정적인 데뷔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IPO 준비에는 높은 난도가 따라붙는 만큼, 여전히 많은 유니콘 기업들이 상장 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하지만 최근 흐름처럼 높은 수익률을 계속 보여준다면, 그동안 비상장을 고집하던 스타트업들이 다시금 상장에 무게를 둘 가능성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