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유관기관이 주식시장 결제주기를 현재의 이틀 뒤 결제(T+2)에서 하루 뒤 결제(T+1)로 줄이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투자금이 더 빨리 회전하도록 해 시장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외환 거래 여건과 시장 참가자들의 시스템 개편 부담이 커 실제 시행까지는 적지 않은 준비가 필요하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등은 이달 중 결제주기 단축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업계와 전문가, 개인투자자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지금은 주식을 사고판 뒤 실제 돈과 주식이 오가는 결제가 체결일로부터 이틀 뒤 이뤄진다. 이 구조에서는 거래소와 예탁결제원 등이 중간에서 결제를 관리하며 위험을 줄여왔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을 판 뒤 현금을 즉시 다시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이 불편으로 지적돼 왔다.
논의에 속도가 붙은 배경에는 정책 의지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월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간담회에서 결제주기 단축을 의제로 제시했고, 이후 거래소·예탁원·금융투자협회 등으로 구성된 워킹그룹은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일까지 미국과 유럽을 찾아 현지 제도를 점검했다. 미국은 2024년 5월 이미 T+1 제도를 도입했고, 영국과 유럽연합은 2027년 10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에 맞춰 내년 10월 시행 가능성이 거론된다. 글로벌 주요 시장과 결제 관행을 맞추면 한국 시장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변수는 외국인 투자자와 외환 인프라다. 주식 결제가 하루 빨라지면 해외 투자자는 그만큼 더 이른 시점에 원화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시차를 감안하면 사실상 거래 당일 새벽에 결제 준비를 마쳐야 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7월부터 외환시장 운영 시간이 24시간으로 늘어나더라도,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은 2027년 도입이 목표여서 당장 제도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투자기관들이 한국만을 위해 별도 새벽 대응 체계를 두지 않으면 자금이 일본·대만·홍콩 등 다른 아시아 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준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은행, 유관기관은 결제 시스템과 업무 절차를 전면적으로 손봐야 하고, 야간 업무 확대에 따른 노사 협의도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단기간에 마무리하기는 쉽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유럽 시행 시기에 맞춰 제도 정비를 서두르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성패는 외환 유동성 보완과 국제 투자자 관행 변화, 시스템 안정성 확보에 달려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 자본시장이 국제 기준에 맞춰 한 단계 더 정교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시행 시점과 방식은 시장 충격을 줄이는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조율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