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국내 증시는 코스피와 코스닥이 함께 조정을 받으면서 거래대금이 큰 폭으로 줄었고, 투자자들이 증시로 들어가기 전 대기시키는 자금도 빠르게 감소했다. 주가가 짧은 기간 급락하자 매매 자체를 줄이려는 분위기가 강해졌고, 특히 시장을 이끌던 대형 반도체주가 흔들리면서 거래 위축이 더 두드러졌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이날까지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38조5천6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50조3천470억원과 비교하면 23% 줄어든 규모다. 코스피 거래대금은 올해 1월 27조원 수준에서 2월 처음 30조원을 넘긴 뒤 3월에도 30조원대를 유지했고, 4월에는 29조원대로 내려왔다. 이후 5월에는 처음으로 50조원을 돌파했고 지난달에도 50조원대를 이어갔지만, 이달 들어 다시 40조원 아래로 밀렸다. 코스닥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달 일평균 거래대금은 6조7천830억원으로, 지난달 10조130억원보다 32% 줄었고 지난해 11월 이후 8개월 만에 다시 10조원을 밑돌았다.
이 같은 변화는 주가 조정이 길어지면서 투자심리가 약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말 8,476.48이던 코스피는 20일 6,516.27로 장을 마쳐 이달 들어 23% 떨어졌다. 코스닥지수도 같은 기간 18% 하락했다. 낙폭이 커지자 지난 16일과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 효력정지, 이른바 매도 사이드카가 2거래일 연속 발동되기도 했다. 사이드카는 선물·현물시장의 급격한 쏠림을 잠시 멈춰 과도한 변동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다.
종목군별로 보면 대형주와 소형주의 온도차도 뚜렷했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같은 대표 반도체주가 약세를 보이면서 이달 코스피 대형주 일평균 거래대금은 33조9천580억원으로 지난달 44조40억원보다 23% 줄었다. 반면 코스피 소형주 일평균 거래대금은 1조3천80억원으로 지난달 1조1천880억원보다 10% 늘었다. 시장 전체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일부 자금은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종목이나 단기 매매가 가능한 작은 종목으로 이동한 셈이다. 배경으로는 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지난 것 아니냐는 피크아웃 우려가 거론된다. 이는 실적 개선 속도가 둔화할 수 있다는 시장의 경계심을 뜻한다.
증시 주변 자금도 줄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직전 집계일인 16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08조820억원으로 지난달 말 121조6천340억원보다 13조5천520억원 감소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돈이나, 주식을 팔고도 아직 인출하지 않은 자금을 말한다. 보통 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대기성 자금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이 수치가 줄면 투자 열기가 식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기 변동성은 이어질 수 있어도 추세적인 추가 급락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기업이익 개선 흐름과 낮아진 밸류에이션, 곧 주가의 상대적 부담 완화를 근거로 들면서 최근 조정 이후에는 외국인 매도 압력도 다소 누그러질 수 있다고 봤다. 시장에서는 한국시간 23일 새벽 예정된 알파벳과 테슬라 등 대형 기술주의 실적 발표를 다음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반도체를 포함한 대형 기술주 실적이 예상보다 견조한지에 따라 투자심리 회복과 변동성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