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덱스형 장기 펀드 순자산이 6월 말 21조8803억 달러(약 3경915조원)로 늘며 액티브형을 넘어섰다. 50년 전 1100만 달러를 가까스로 모았던 상품이 미국 장기 펀드시장의 과반을 차지하게 됐다.
12일 미국 자산운용협회(Investment Company Institute·ICI)의 6월 월간 통계에 따르면, 미국 장기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인덱스형 상품 순자산은 전체의 53.7%로 집계됐다.
액티브형 상품 순자산은 18조8302억 달러(약 2경6606조원)였다. 인덱스형이 액티브형보다 3조500억 달러(약 4309조원) 많았다.
자금 흐름도 인덱스형으로 기울었다. 6월 인덱스형 장기 펀드에는 1193억1900만 달러(약 169조원)가 순유입된 반면 액티브형에서는 77억8200만 달러(약 11조원)가 빠져나갔다.
5월 말 인덱스형 상품 순자산은 21조8213억 달러(약 3경835조원)로 액티브형 18조7452억 달러(약 2경6487조원)를 3조 달러 이상 앞섰다. 인덱스형 우위가 6월에도 이어진 셈이다.
인덱스펀드의 출발은 작았다. 존 보글(John C. Bogle) 뱅가드 창업자는 1976년 8월 31일 개인 투자자를 위한 첫 인덱스 뮤추얼펀드인 ‘퍼스트 인덱스 인베스트먼트 트러스트’를 내놨다.
뱅가드(Vanguard)는 올해 4월 공개한 50주년 자료에서 당시 보글이 5000만~1억5000만 달러(약 706억~2119억원)를 모집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모집액은 1100만 달러(약 155억원)를 조금 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보글은 훗날 이를 “처참한 실패”라고 표현했다.
인덱스펀드는 특정 지수나 자산 가격을 따라가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ETF는 이러한 구조를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금융상품이다.
낮은 비용과 단순한 운용 구조는 인덱스형 상품의 주요 특징으로 꼽힌다. 뱅가드가 제시한 2024년 말 기준 미국 펀드의 평균 비용률은 인덱스형 0.11%, 액티브형 0.59%였다.
인덱스 자금이 늘면서 대형 운용사에 집중된 의결권을 둘러싼 논쟁도 커졌다. 미국 의회조사국(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CRS)은 2025년 보고서에서 블랙록(BlackRock), 뱅가드,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State Street Global Advisors)를 ‘빅3’ 인덱스 운용사로 분류했다.
보고서에 제시된 운용자산은 블랙록 10조5000억 달러(약 1경4837조원), 뱅가드 9조3000억 달러(약 1경3141조원), 스테이트스트리트 4조3000억 달러(약 6076조원)였다.
CRS는 이들 3곳이 2021년 기준 S&P500 구성 대형 상장사 지분의 약 22%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했다. 지수 추종 자금이 증가할수록 대형 운용사의 의결권 행사와 기업 관여 방식이 시장 구조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인덱스 상품은 개별 종목을 선별하기보다 정해진 지수 구성과 편입 비중을 따른다. 이에 따라 지수 편입과 제외, 정기 리밸런싱 과정에서 특정 종목으로 자금이 집중되거나 빠져나갈 수 있다.
한국 투자자에게도 이런 변화는 해외주식과 ETF 투자 구조의 문제로 이어진다. 미국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저비용 인덱스 뮤추얼펀드와 ETF는 장기 투자계좌의 주요 투자 대상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대형 운용사의 영향력은 확대되고 있다.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에는 최근 한 주 동안 8억5350만 달러가 순유입됐으며 블랙록의 IBIT가 전체 유입액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다만 인덱스 확산이 가격 왜곡이나 특정 대형주 쏠림에 미치는 영향은 각 상품의 지수 구성과 자금 흐름을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