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이버보안 및 인프라 보안국(CISA)의 고위 인사 다수가 이달 말까지 퇴사할 예정이거나 이미 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CISA는 국가 주요 인프라를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핵심 기구지만, 올 들어 세 번째 대규모 인사 이탈이 발생하면서 내부 혼란과 대응력 저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주 발송된 내부 메모에 따르면, 현재까지 CISA의 6개 핵심 운영 부서 중 5개 부서와 10개 지역 사무소 가운데 6곳이 고위 리더십 부재 상태에 처하게 됐다. 각 지역 사무소는 여러 주에 걸쳐 지방정부의 침해 대응과 보안 훈련 등을 지원하고 있어, 고위 인력 공백은 전국적인 보안 대응 체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트렌트 프레이저가 5월 2일자로 ‘이해관계자 참여 부서’를 떠났고, 스티브 해리스 역시 ‘인프라 보안 부서’의 수장을 내려놓았다. 또한 ‘긴급통신 부서’의 부국장이 곧 사임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선임 전략 책임자와 최고 재무 책임자, 조달 최고 책임자, 인사 최고 책임자 역시 최근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이미 퇴사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번 인사 이탈은 트럼프 행정부가 2026 회계연도 예산안을 통해 CISA 예산을 약 17% 삭감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발생했다. 구체적으로는 4억 9,100만 달러(약 7,065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줄어들 예정으로, 일부 사무소의 폐쇄 역시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CISA는 2018년 출범한 이후 선거 보안, 사이버 훈련, 실전 테스트를 담당하는 레드팀 운영 등 폭넓은 업무를 확대해 왔으나, 올해 초부터 고위급뿐만 아니라 실무 레벨에서도 대규모 인력이 조직에서 이탈하고 있다. 특히 1월에는 선거 보안을 담당했던 다수 인사가 직무에서 배제됐으며, 3월에는 약 200명의 레드팀 인력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이후 법원 명령에 따라 일부 인력이 복직되기는 했으나, 전반적인 조직 안정성에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브리짓 빈 CISA 전무이사는 최근 성명을 통해 “여건이 어렵지만 CISA는 핵심 임무인 국가 인프라 보호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잇따른 예산 삭감과 인력 유출로 인한 구조적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베테랑 리더들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아직 후임 인선 소식조차 전해지지 않고 있다.
한편 CISA의 인력 규모는 구조조정 이전 기준 약 3,300명 수준이었으며, 지금도 사이버보안 훈련에서 침해 대응, 외부 이해관계자 협업까지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다층적 역할을 감안할 때, 인력 이탈 속도가 현재처럼 유지된다면 국가 전반의 사이버 방어 태세가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