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당국이 국내 기업의 ‘테더(USDT)’·‘유에스디코인(USDC)’ 등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SCB) 보유 및 거래를 사실상 막는 방향으로 제도 손질에 나선다. 기업이 재무제표(대차대조표)에 스테이블코인을 편입해 ‘USDT 트레저리’를 꾸리거나, 실시간 환율을 활용한 해외결제에 쓰려던 계획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위원회(FSC)는 현재 국내 가상자산 업계를 대상으로 한 지침에서 거래소가 국내 기업을 위한 ‘법인 지갑’을 개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금융위는 그간 미뤄졌던 지침 개편을 올해 중 추진해 왔고, 조만간 ‘법인 가상자산 거래 가이드라인(가칭)’ 형태로 새 규정이 나올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개편이 곧바로 기업의 스테이블코인 활용 확대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국내 언론 헤럴드경제는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 기업이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에 재무적으로 노출되는 방식의 투자·보유를 규제 당국이 허용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고 보도했다. TF 관계자로 알려진 익명의 소식통은 “법인 가이드라인 TF에서 이 사안에 대한 심의를 마무리했고 결정은 최종”이라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방향 전환이 국내 상장사와 수출입 기업들에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수 기업은 수년간 법인 계정·법인 지갑 허용을 기다려 왔는데, 그 사이 일본과 미국 기업들이 비트코인(BTC)을 중심으로 수십억달러 규모 ‘비트코인 트레저리’를 쌓으며 한발 앞서갔다는 불만도 적지 않았다.
무역·수출입 업계 “실시간 환율로 결제·정산 리스크 줄이고 싶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해외 거래가 잦은 일부 거래소 상장 기업들은 테더(USDT), 유에스디코인(USDC) 같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법인 차원에서 매입·보유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은행 영업시간이나 중개 절차에 발목 잡히지 않고, 실시간 환율을 기준으로 해외 파트너와 대금을 정산하면 환변동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이들의 요구는 한때 정치권에서도 제도화 시도로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국회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지급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두는 취지의 법안 초안이 마련됐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현재 상임위원회 단계에서 심사가 진행 중으로, 당장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은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
그 사이 금융위는 입법 논의와 별개로 행정 가이드라인을 통해 시장 질서를 먼저 잡겠다는 기조를 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들은 금융위가 기업의 해외 거래를 스테이블코인 직거래로 열어주기보다, 외국환은행을 통한 거래로 ‘경로를 통제’하려는 의도가 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장 초기 단계에서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에 ‘무분별하게 투자’하는 상황도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알려졌다.
새 가이드라인이 예고대로 몇 주 내 공개될 경우, 국내 기업의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는 ‘결제·정산 혁신’이라는 명분과 ‘외환·리스크 관리’라는 규제 논리 사이에서 다시 한 번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 보인다. 원·달러 환율이 1달러당 1,485원 수준으로 높은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리스크 헤지 수단을 찾고 있고, 당국은 외환거래·자금세탁 방지(AML)·회계처리 불확실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한편 가상자산 시장은 약세 흐름을 보였다. 비트코인(BTC)은 24시간 기준 1% 미만 하락한 6만7,304달러 선에서 거래됐고, 이더리움(ETH)은 2% 이상 내린 1,944달러대로 내려앉았다. 시장에서는 법인 참여 확대가 ‘새 수요’로 연결될 수 있다는 기대가 꾸준했지만, 스테이블코인부터 다시 제동이 걸릴 경우 국내 제도권 수요의 유입 시점은 더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 시장 해석
- 금융당국이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USDT·USDC)에 대한 ‘법인 보유/투자’ 문을 사실상 닫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을 준비하면서, 국내 기업의 스테이블코인 활용 기대가 약화되고 있음
- 기업들은 무역 결제·정산 효율(실시간 환율, 은행 영업시간 제약 해소)을 원하지만, 당국은 외환거래 통제·AML·회계 불확실성을 우선시하는 구도가 재확인됨
- 법인 참여 확대가 신규 수요가 될 것이란 시장 기대와 달리 ‘스테이블코인부터 제동’이 걸릴 경우, 제도권 수요 유입 시점이 뒤로 밀릴 가능성이 커짐
💡 전략 포인트
- 국내 기업 관점: 스테이블코인 직접 보유/결제 대신 ‘외국환은행 경유’ 기반의 대체 결제/정산 프로세스(은행·PG·무역금융)를 우선 검토해야 할 가능성이 높음
- 크립토 업계 관점: 법인 지갑 허용 논의가 재개되더라도, 초기에는 ‘투자/보유’보다 ‘통제 가능한 범위의 거래(보고·한도·목적 제한)’ 중심으로 단계적 허용이 이뤄질 공산이 큼
- 체크 포인트: (1) ‘법인 가상자산 거래 가이드라인’ 공개 시 허용 범위(지갑 개설, 거래 목적, 한도) (2) 스테이블코인 지급수단 관련 법안 심사 진척 (3) 원·달러 환율 고점 국면에서 기업 환리스크 수요가 정책에 미치는 영향
📘 용어정리
- 스테이블코인(SCB): 달러 등 법정통화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예: USDT, USDC)
- 법인 지갑: 기업 명의로 거래소/커스터디에 개설해 가상자산을 보관·거래하는 계정/지갑
- 트레저리(Treasury) 전략: 기업이 재무자산 일부를 특정 자산(현금성 자산, BTC, 스테이블코인 등)으로 편입해 보유·운용하는 전략
- AML(자금세탁방지): 불법자금 유입·세탁을 막기 위한 고객확인(KYC), 거래모니터링, 보고의무 등 규제 체계
💡 자주 묻는 질문 (FAQ)
Q.
이번 가이드라인 변화가 의미하는 핵심은 무엇인가요?
국내 기업이 USDT·USDC 같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회사 자산으로 직접 매입·보유(재무제표 편입 포함)하거나, 이를 활용해 해외 결제·정산을 하려는 시도에 대해 금융당국이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리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즉, ‘법인 가상자산 거래 가이드라인’이 나오더라도 스테이블코인 활용이 바로 넓어지진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Q.
기업들은 왜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정산에 쓰려 했나요?
무역·수출입 기업은 은행 영업시간, 중개 절차, 송금 지연 같은 제약 없이 실시간 환율 기준으로 대금을 정산해 환변동 리스크와 운영 비용을 줄이고 싶어 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가치에 연동돼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해외 파트너와 빠르게 정산하는 수단’으로 기대를 받아왔습니다.
Q.
당국은 왜 스테이블코인 법인 보유를 막으려 하나요?
당국은 기업의 가상자산 직접 보유가 커질수록 외환거래 경로 통제가 어려워지고, 자금세탁방지(AML) 리스크 및 회계처리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스테이블코인 ‘직거래’로 해외 결제를 열어주기보다 외국환은행을 통한 거래로 경로를 관리하고, 시장 초기 단계에서 기업의 무분별한 투자·노출 확대를 차단하려는 목적이 큰 것으로 해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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