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핵심 '가상자산 규제' 법안인 클래리티(CLARITY) 법안이 사실상 마지막 고비를 맞았다. 빌 해거티 상원의원은 이 법안이 이번 주 상원 은행위원회에 회부될 것이라고 확인했지만, 4월 말까지 표결에 오르지 못하면 본회의 문턱도 넘지 못한 채 폐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거티 의원의 발언에 따르면 상원은 현재 메모리얼 데이 휴회 전까지 약 2주 남짓한 시간만 남아 있다. 하지만 팀 스콧 은행위원장이 아직 마크업 일정조차 잡지 않아, 법안은 여전히 표류 중이다. 메모리얼 데이 이후에는 2026년 중간선거 일정이 본격화되면서 의회가 입법보다 선거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 변수도 부담이다.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과 상원 모두를 되찾게 되면, 법안 통과는 한층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결국 이번 정기 일정 안에 상원 본회의까지 올리지 못하면 법안은 사실상 끝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지연 배경과 쟁점
법안 처지를 늦춘 핵심 쟁점은 '스테이블코인 수익' 논란이다. 코인베이스(Coinbase) 같은 플랫폼이 스테이블코인 예치에 이자성 보상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두고 은행권이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 독립지역은행협회는 소형 은행에서 최대 1조3000억달러의 예금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대형 은행들도 2025년 한 해 약 5670만달러를 로비에 쏟아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백악관 보고서는 이 주장에 반박했다. 코인피디아가 전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수익을 금지해도 은행 대출은 약 21억달러 늘어나는 데 그치며, 이는 전체 미국 대출의 0.02% 수준이다. 대신 소비자는 매년 약 8억달러의 혜택을 잃게 된다는 분석이다.
법안의 의미와 전망
업계가 이 법안에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미국의 '가상자산 규제'는 사실상 수년간 소송과 판결에 의존해 왔고, 거래소와 개발자, 투자자는 무엇이 증권이고 무엇이 아닌지 명확한 기준 없이 움직여야 했다. 클래리티 법안은 이런 혼선을 줄이기 위해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관할을 나누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지난 3월 17일 SEC와 CFTC는 공동 보고서에서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리플(XRP), 도지코인(DOGE)을 디지털 상품으로 분류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이 기준을 공식 법률로 굳히는 효과가 있다. 시장에서는 이달 말 상원 은행위원회의 마크업 일정이 잡히는지, 그리고 5월 중 본회의 상정까지 이어지는지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결국 클래리티 법안의 향방은 미국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화를 앞당길지, 아니면 대선·중간선거 정치에 밀려 다시 미뤄질지를 가르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입법이 지연될수록 규제 불확실성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