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러시아의 제재 회피 통로로 지목된 '암호화폐 네트워크'와 관련 기업·인물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 조달에 쓰인다는 판단 아래, 금융망과 거래소를 동시에 겨냥한 새 제재 패키지를 발표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외무·영연방·개발부(FCDO)는 러시아가 제재를 우회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18개 대상에 추가 제재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FCDO는 러시아가 법적 제재를 피하기 위해 '그림자 금융 시스템'과 '다크 네트워크'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러시아의 자금 이동 경로를 차단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뒷받침하는 결제망을 끊겠다는 취지다.
제재 대상에는 A7 네트워크를 비롯해 러시아의 불법 금융 인프라와 연결된 기업과 인물들이 포함됐다. 이 네트워크는 키르기스스탄 금융 시스템을 활용해 자금을 러시아로 흘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후오비 글로벌 S.A.가 운영하는 HTX도 제재 명단에 올랐다. 영국 당국은 이 거래소가 러시아 금융 부문에 자금과 경제적 자원을 제공한 혐의가 있다고 봤다. HTX 측은 블룸버그에 규제 준수가 최우선이며, 운영 지역의 규정을 엄격히 따르고 있다고 반박했다.
영국은 조지아 소재 업체 3곳도 함께 제재했다. 이들 역시 러시아 중심의 거래소와 결제망을 통해 제재를 회피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지목됐다. 최근 몇 년간 러시아가 가상자산을 우회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의심이 계속 제기되면서, 유럽과 영국의 감시도 한층 강화되는 분위기다. 앞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도 러시아 연계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이번 발표는 서방의 대러 제재가 단순한 금융 압박을 넘어 암호화폐 인프라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영국은 지난 4년간 3,300개가 넘는 개인·기업·선박에 제재를 가했고, 러시아 전쟁 경제에 약 4,500억달러 규모의 타격을 입힌 것으로 추산했다. 영국 외무장관 이베트 쿠퍼는 "크렘린이 암호화폐와 그림자 금융 뒤에 숨어 제재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며 "동맹국과 함께 이런 네트워크를 드러내고 해체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러시아의 자금 조달 경로를 더 좁히는 동시에, 제재 회피용 '암호화폐 회랑'에 대한 국제 공조를 강화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의 우회 시도가 계속되는 만큼, 암호화폐 관련 제재는 당분간 더 촘촘해질 가능성이 크다.
🔎 시장 해석
영국이 러시아의 제재 회피 수단으로 지목된 암호화폐 네트워크와 거래소까지 제재 범위를 확장하며, 디지털 자산 시장을 외교·안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음
전통 금융뿐 아니라 가상자산 인프라까지 포함된 ‘하이브리드 제재’ 단계로 진입
💡 전략 포인트
글로벌 거래소 및 디파이 프로젝트는 규제 리스크 관리와 AML(자금세탁방지) 체계 강화가 필수
특정 국가 연계 자금 흐름 추적 기술 및 규제 협력이 투자 판단 핵심 변수로 부상
지정학적 이슈가 암호화폐 시장 변동성과 직접 연결되는 구조 확대
📘 용어정리
그림자 금융 시스템: 공식 금융 규제를 회피해 운영되는 비공식 자금 흐름 네트워크
제재 회피 네트워크: 국제 제재를 피하기 위해 우회 경로를 활용하는 금융 구조
AML(자금세탁방지): 불법 자금 흐름을 추적·차단하기 위한 금융 규제 체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