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5차 해외건설진흥기본계획을 마련하면서, 국내 해외건설 산업이 단순 시공 수주에서 기술·금융·운영을 결합한 고부가가치 사업 중심으로 전환을 추진하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5일 이 계획을 공개하고 해외건설 산업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중장기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해외건설진흥기본계획은 해외건설촉진법에 따라 5년마다 세우는 법정계획이다. 이번 방안은 2025년 12월 발표된 새정부 해외건설 정책방향을 실제 실행 단계로 옮긴 성격이 강하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도로·건축·플랜트 공사를 따내는 데는 강점을 보여왔지만, 설계와 금융 조달, 운영·유지관리까지 아우르는 선진국형 사업 구조로는 아직 확대 여지가 크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정부는 우선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가진 현수교, 초고층 건축, 침매터널 같은 분야를 앞세워 패키지형 사업 진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패키지형 사업은 설계·조달·시공(EPC)뿐 아니라 운영·유지관리(O&M)까지 함께 맡는 방식으로, 단순 공사 수주보다 수익 구조가 안정적이고 부가가치도 높다. 여기에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설비(FLNG), 데이터센터, 소형모듈원전(SMR),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인공지능(AI) 시티 같은 신사업도 육성 대상에 포함했다. 이는 세계 인프라 시장이 전통적인 토목 공사에서 에너지 전환, 디지털 전환, 첨단 도시 개발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해외 투자개발사업에 필요한 금융 지원도 확대한다. 정부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 국내 기업이 함께 투자하는 기업매칭펀드, 해외 국부펀드와 국책은행이 참여하는 국가별 전략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해외건설은 공사 능력만으로 수주가 결정되지 않고, 초기 투자금 조달과 사업 구조 설계가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서 금융 지원 확대는 한국 기업이 단순 하도급이나 시공 참여를 넘어 사업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맥쿼리, 스미토모 같은 글로벌 디벨로퍼와 협력해 한국 기업의 다자개발은행(MDB) 사업 참여를 돕고, 정부·공공기관·민간기업이 함께 움직이는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해 중동 등 핵심 시장의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 수주에도 힘을 싣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이 계획의 첫 실천 사례로 5일부터 9일까지 김이탁 제1차관을 단장으로 한미 협력 수주지원단을 미국에 파견했다. 지원단은 네바다주 리튬·붕소 플랜트 사업 업무협약 체결식과 인디애나주 블루 암모니아 플랜트 관련 일정에 참석하고, 미국 정부와 신규 인프라 협력사업도 논의할 예정이다. 이는 정책 발표에 그치지 않고 실제 수주 지원으로 연결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해외건설이 단순 시공 실적 경쟁을 넘어 기술력과 금융 조달 능력, 외교 지원이 결합된 종합 산업으로 재편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