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정부의 8·13 주택 공급 대책에 대해 공급 확대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금융·세제 측면의 수요 진작 장치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30일 보고서에서 수도권 주택시장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9·7 대책에 더해 물량 확대와 공급 속도 개선을 제시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자금 지원과 세제 혜택 등 수요를 뒷받침할 정책은 충분하지 않다고 짚었다.
핵심 쟁점은 공급 목표의 실행 가능성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총 147만호+α, 연간 29만4000호 공급 로드맵을 제시했다.
건산연은 이 목표가 민간 회복세 없이 달성되기 어렵다고 봤다. 최근 5년 수도권 평균 공급 물량은 연 18만1000호로, 정부 목표를 맞추려면 이보다 1.5배를 웃도는 공급이 이어져야 한다.
올해 목표 달성률도 낮았다. 지난해 9·7 대책에서 제시된 올해 수도권 연간 목표치 26만9000호와 비교한 달성률은 24.2%였다.
서울 기준 달성률은 19.3%로 제시됐다. 앞서 본지는 8·13 대책이 주택 가격보다 건설 수주와 관련 업종 실적에 먼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를 전한 바 있다.
금융·세제 장치도 한계로 지목됐다. 수도권은 규제지역과 주택 가격 등에 따라 무주택자나 처분 조건부 1주택자에 한해 최대 6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지난 3일 발표된 세제 개편안도 실거주 요건에 초점을 맞췄다. 건산연은 국내 주택 공급이 수요자 자금을 활용하는 선분양 구조에 크게 의존하는 만큼, 사업자의 개발 자금 조달 여력이 제한되면 공급 목표 달성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분양은 주택이 완공되기 전에 분양해 수요자 자금을 공급 과정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통상 분양성과 금융 조달 여건이 맞물려야 착공과 공급이 실제 결과로 이어진다.
공공택지에서는 착공 기간 단축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제시한 공공택지 37개월 착공 모델은 일부 제도 개선을 전제로 한다.
법률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택지 착공 기간은 44개월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건산연은 봤다. 행정 절차 단축과 별도로 현장 단계의 병목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현장 병목도 변수다. 3기 신도시 가운데 인천계양지구는 부지 조성부터 착공까지 약 40개월이 걸렸고, 하남교산지구는 57개월이 소요됐다.
실제 주택용지별 착공 가능 시점은 보상, 철거, 기반시설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 건산연은 지구별 지연 요인을 파악해 사업 관리를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도심 정비사업에서는 인센티브 기준을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건산연은 공공 정비사업에만 적용되는 법적상한용적률 1.3배 특례를 민간까지 확대하고, 사업 시행 주체가 아니라 공공성과 성과를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택지는 행정절차 단축뿐 아니라 보상·이주 등 현장 병목 해소가, 도심 정비사업은 사업성 핵심 쟁점 해소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8·13대책의 성패는 서로 충돌하는 정책과 이해관계를 일관된 원칙하에 조정하고, 개별 사업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신속한 집행 속도에 달려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