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유럽경제지역(EEA)에서 호텔·항공·식당 검색 결과의 노출 구조를 바꿨다. 전문 검색 서비스(VSS)를 상단에 배치하고 직접 공급자 정보와 실시간 가격을 포함한 일부 기능은 하단으로 내리는 방식이다.
구글은 8일 유럽 검색 결과에 새 구조를 적용했다. 상단에는 전문 검색엔진 한 곳을, 그 아래에는 다른 두 곳을 배치하고 호텔·항공사·식당 정보가 담긴 카루셀은 하단에 뒀다.
새 화면에서는 익스피디아와 부킹닷컴 같은 가격 비교·예약 플랫폼이 직접 웹사이트 링크와 전화번호·주소를 제공하는 호텔·항공사·식당보다 눈에 띄는 위치에 놓일 수 있다. 구글은 이번 변경이 유럽경제지역에만 적용되며 EU 밖 이용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닉 폭스(Nick Fox) 구글 지식·정보 담당 수석부사장은 "이번 변경은 유럽 이용자의 경험을 떨어뜨리고, 지역 사업자를 희생시켜 온라인 중개업체를 키우며, 이용자가 매일 의존하는 기능을 없앤다"고 말했다. 구글은 검색 품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구글은 이번 조치가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 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U 집행위는 7월 23일 구글이 쇼핑·호텔·교통·스포츠 검색에서 자사 서비스를 제3자보다 유리하게 노출했다고 판단해 4억6000만유로(약 7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플레이의 대체 결제·유통 경로 안내 제한과 관련한 4억3000만유로를 더하면 제재 총액은 8억9000만유로(약 1조3000억원)다. 집행위는 구글이 검색 순위에서 게이트키퍼의 자사 서비스를 우대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로이터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구글에 60일 안에 시정 조치를 이행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불이행 시 전 세계 매출의 최대 5%에 해당하는 정기적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전했다.
DMA는 대형 플랫폼의 자사 우대를 제한하는 한편 경쟁 사업자가 검색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다. 집행위는 7월 16일 구글이 익명화한 검색어·순위·클릭 데이터를 경쟁 검색엔진에 공정하고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제공하도록 세부 기준을 확정했다.
검색 기능을 제공하는 인공지능 챗봇도 검색 데이터 공유 대상에 포함됐다. 구글은 2024년 3월부터 적격 수신자에게 검색 데이터셋을 제공해 왔다고 설명했다.
구글의 EEA 검색 대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구글은 2024년부터 호텔·항공·장거리 열차·버스·상품 검색에 집계형 검색 단위와 공급자 검색 단위를 도입해 가격 비교 사이트와 직접 공급자의 결과를 함께 보여왔다.
검색 결과에서 자사 서비스와 제3자 콘텐츠를 어떻게 배치할지를 둘러싼 유럽 규제 논의는 검색 스팸 정책에도 이어졌다. 앞서 구글은 유럽 검색 결과에서 사이트 평판 정책 관련 수동 조치의 적용 방식을 조정했다.
구글은 과거 호텔 검색 기능을 축소한 자체 시험에서 유럽 사업자의 무료 직접 예약 유입이 최대 30%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구글 자체 시험 결과이며, 이번 검색 구조 변경이 실제 트래픽과 매출에 미친 영향은 아직 독립적으로 집계되지 않았다.
구글은 중개 플랫폼이 직접 공급자보다 유리해져 지역 사업자의 비용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EU 집행위는 검색 결과의 공정성과 이용자 선택권을 넓히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유럽 검색 화면은 검색어와 지역, 서비스 범주에 따라 다르게 구현된다. 구글의 EEA 안내에도 호텔·항공·제품 등 분야별로 집계형 검색 단위와 공급자 단위가 달리 표시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이번 변경은 전문 검색 서비스와 직접 공급자 사이의 노출 경쟁을 둘러싼 DMA 집행의 후속 단계로 풀이된다. 향후 시정 조치 이행과 규칙 조정에 따라 유럽 내 검색 화면은 다시 바뀔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