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사상 최고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을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이 추진 중인 세금 감면안과 지출 계획을 정당화하면서, 향후 10년간 GDP가 연평균 1.8% 성장할 것이라는 미 의회예산국(CBO)의 전망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최대 9%에 이르는 폭발적 성장세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CBO가 의도적으로 낮은 성장률을 제시하며 현실을 왜곡했다"고 주장하며 "우리 정부가 예상하는 최소 3% 성장률만 달성해도 감세안에 따른 재정 손실은 상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달성할 성장률은 3%, 4%, 아니면 5배 더 많아질 수도 있다"며 CBO의 전망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발언은 현재 상원에서 심사 중인 공화당 예산안의 핵심 전제와 직결된다. CBO는 이 법안이 2034년까지 연방 재정적자를 총 3조 8,000억 달러(약 5,472조 원) 늘릴 것이라고 분석했는데, 이는 연평균 성장률이 1.8%에 그칠 경우를 가정한 시나리오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보다 높은 성장을 통해 예상보다 많은 세수를 확보하고 재정 균형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의 반응은 정반대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이 이달 초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전문 경제학자들은 2025년 GDP 성장률을 평균 1.4%로 전망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9% 성장률에 대해선 달성 가능성이 0%에 가깝다고 일축했다. 2025년 1분기 미국 경제가 연율 기준 0.2% 역성장한 것도 이 같은 회의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미국 역사상 GDP가 연간 9% 이상 성장한 마지막 사례는 2차 세계대전 중인 1943년으로, 이후 미국 경제는 장기적으로 연평균 2.5% 수준의 성장을 보여왔다. 2021년 팬데믹 회복기였던 단 한 해를 제외하곤, 최근 몇 년 동안 이런 급성장은 전무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적인 경제 전망은 정치적 계산과도 무관하지 않다. 성장률이 높을수록 감세와 정부 지출 확대를 동시에 추진해도 재정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은 보수 진영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논리다. 그러나 다수의 비당파적 경제기관들은 구조적인 변수와 인플레이션, 생산성 한계 등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CBO는 공화당 예산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편향된 해석을 내렸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분석 방식이 의회에 정확하고 독립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혀왔다.
결과적으로 이번 발언은 미국 재정정책에 대한 낙관과 현실 사이의 깊은 간극을 보여주는 사례다. 경제 성장을 중심에 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은 여전히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과학적 전망과의 괴리는 결국 시장과 의회의 판단을 통해 검증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