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대해 시장은 현실성이 거의 없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애플(AAPL)의 생산 비용 구조와 글로벌 공급망 특성을 고려할 때, 미국 내 제조는 사실상 실행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웨드부시증권은 16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에서 아이폰을 제조하게 되면 단가가 고공 행진하고, 공급망 복잡도가 극적으로 상승하게 돼 전체 생산 계획이 무너질 수 있다”며 “이런 시나리오는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는 ‘논스타터(non-starter)’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웨드부시는 미국산 아이폰 한 대 가격이 무려 3,500달러(약 504만 원)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아이폰16의 기본 모델 가격은 799달러, 프로 모델은 999달러 수준이다.
이러한 분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나왔다. 그는 전날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Tim Cook)에게 인도에서의 생산 확대를 자제하고 미국 내로 이전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팀, 우리는 친구다. 내가 당신을 괜찮게 대해줬는데 이제 와서 인도에 공장을 짓는다는 건 실망스럽다"고 말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애플은 최근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인도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쿡 CEO에 따르면, 이번 분기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아이폰 대부분이 인도에서 조립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웨드부시는 “만일 미국과 인도 간 무역 협상이 타결된다면, 애플의 이런 전략은 더욱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중동 순방 중 인도가 미국에 *무관세* 무역협정을 제안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애플 주가는 관련 기대감에 힘입어 이번 주 들어 약 7% 상승해 211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다. 다만 연초 대비로는 여전히 약 16% 하락한 상태다. 웨드부시는 애플의 목표 주가를 270달러로 책정하고 있으며, 이는 시장 평균 전망치인 228달러를 상회한다. 모건스탠리 역시 목표 주가를 235달러로 제시하면서, 단기적으로는 다양한 시장 변수로 인해 등락이 제한될 것으로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단기 정치적 압박보다는 경제적 실익에 기반한 결정이 애플의 공급망 전략을 좌우할 것이라며, 미국 내 생산 요구는 현실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시장 또한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으며 애플의 인도 확대 전략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