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보안 스타트업 리전 시큐리티(Legion Security)가 보안 운영 자동화 플랫폼을 앞세워 3,800만 달러(약 547억 원)의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번 투자는 제품 개발, 고객사 확장, 인력 증가를 위한 자금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리전 시큐리티는 2024년 시큐리티 전문가인 일라이 아브라모비치(Ely Abramovitch, 현 CEO), 마이크로소프트 출신 마이클 글라디셰프(Michael Gladishev, R&D 부사장), 인공지능 전문가 에얄 피셔(Eyal Fisher, CTO) 3인의 공동 창업으로 설립됐다. 이들은 'AI 기반 브라우저 네이티브 보안운영센터(SOC) 플랫폼'이라는 차별화된 접근을 통해 기업 보안 운영 패러다임의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리전의 핵심은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 방식으로 동작하는 AI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은 보안 분석가들의 실제 업무 과정을 관찰하며 데이터를 학습, 조직별 보안 도구 및 프로세스에 맞는 맞춤형 자동화를 구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인간의 전문적인 판단과 대응 방식의 ‘뉘앙스’를 직접 이해하고, 이를 재현 가능한 자동화된 워크플로우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기존 보안 솔루션과는 뚜렷이 구별된다.
작동 방식은 크게 세 단계로 구성된다. 첫 번째 '학습 모드(Learning Mode)'에서는 시니어 분석가의 경보 대응과 의사결정 방식을 그대로 기록해 AI가 학습한다. 이후 '가이드 모드(Guided Mode)'를 통해 인간의 감독 아래 AI가 제안을 하고 일부 작업을 수행하며, 마지막 '자율 모드(Autonomous Mode)'에서는 필요에 따라 AI가 독립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되, 특정 승인 절차를 요구하는 등 유연하게 제어되는 구조다.
보안 민감도를 고려해 설계된 통제 시스템도 눈에 띈다. 분석가는 리전이 이용할 수 있는 도구 및 정보 범위를 직접 지정할 수 있고, 민감한 데이터는 비식별화 처리된다. AI가 수행한 모든 행위는 완전하게 추적 가능하며, 최종 적용 여부 역시 사람이 통제하게 된다.
이 같은 기술적 접근은 인력 부족과 경보 과잉이라는 보안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실질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복적인 문서화나 경보 분류와 같은 작업을 자동화함으로써 분석가는 중요한 위협 탐지와 대응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아브라모비치 CEO는 "리전은 브라우저 기반으로 팀의 핵심 판단력을 확장 가능하게 만든 최초의 플랫폼"이라며 "보안팀 내부에서 실제 사용되는 방식을 학습했기 때문에 조직의 고유한 지식이 AI 자동화로 전환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리즈 A 투자에는 코튜 매니지먼트(Coatue Management)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액셀파트너스(Accel Partners LP)와 픽처 캐피탈(Picture Capital)이 후속 투자에 나섰다. 시드 라운드 당시에도 액셀과 픽처가 공동으로 투자한 바 있다.
코튜의 스리 비스와나스(Sri Viswanath) 전무는 “리전의 가장 큰 강점은 통합이 필요 없는 브라우저 네이티브 방식”이라며 “분석가의 작업 방식을 그대로 학습하고 이를 순식간에 확장해 보안 대응 시간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경직된 플레이북이나 복잡한 통합 관리 툴과 달리, 리전은 빠르게 배포 가능한 경량화된 솔루션으로서 보안 운영팀의 구조적 효율성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시장 반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