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gma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며 첫날 주가가 33달러 공모가 대비 3배 이상 급등한 가운데, 이번 기업공개(IPO)를 둘러싼 파장이 실리콘밸리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화려한 데뷔 이면에는 단순한 상장 이상의 의미가 내포돼 있으며, 이는 오늘날 테크 산업의 성장 전략과 자본시장 접근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Figma의 주가는 첫 거래일에 85달러로 출발해 장중 144달러까지 치솟았고, 이후 120달러대에서 안정세를 보였다. 한때 어도비(ADBE)가 총 200억 달러(약 28조 8,000억 원)에 인수하려 했던 회사가, 테크 업계의 재편 흐름 속에서 이제 약 600억 달러(약 86조 4,000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특히 초기 투자자였던 그레이록 파트너스, 인덱스 벤처스, 세쿼이아 캐피털 등 주요 벤처캐피털들이 투자금의 17배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호재에도 시장 내부에선 논란도 적지 않다. 벤처캐피털계의 대표 인사인 빌 거릴리는 "공모가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일반 투자자들이 상장 직후 ’눈 뜨고 코 베이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상장 직전 내부자 매입과 은행권의 수요예측 과정에서 가격 왜곡이 일어났다는 비판도 나왔다. 실제로 벤처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IPO가 '기술력이 아니라 가격 전략과 유동성 타이밍에 주도된 사례'라며 냉소적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또한 대화형 AI 기술의 핵심인 LLM(대형 언어 모델)을 둘러싼 논의도 이번 팟캐스트의 주요 주제였다. GPT-3 개발 당시 약 3,500만 달러(약 504억 원)였던 모델 훈련 비용이 GPT-6 세대에 들어서면 수십억 달러로 치솟을 전망이 제기되면서, 기술적 지속가능성과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RAG'(정보 검색 기반생성) 같은 생산성 중심 사용 사례는 활발한 반면, 기업 차원의 본격적인 도입은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진단이다. 효과는 분명하지만, 아직 엔터프라이즈급 ROI를 증명하진 못했다는 것이다.
클라우드 산업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MSFT)가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의 성장률을 높게 보이게 하기 위해 수익 분류 방식을 수정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기존 저성장 부문을 제외하고, 오픈AI(OpenAI)의 추론 워크로드에서 발생한 수익 등을 포함시켜 외형 성장을 부각시켰다는 비판이다. 이처럼 '숫자 놀음'을 통한 '성장 포장' 전략은 테크 대기업들이 꾸준히 써온 전술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동시에, Canva나 Databricks 등 비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Figma의 성공 사례가 벤처 시장의 새 피크를 촉진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일각에선 90년대 후반 닷컴 버블처럼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유니콘 기업들이 상장 직후 성과를 실현하지 못하면, 투자자들의 신뢰는 급격히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Figma의 IPO는 단순한 상장을 넘어, 벤처 캐피털, 상장 전략, AI와 클라우드 시장의 불균형, 그리고 투자자 심리의 변화를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컨퍼런스 우승을 축하할 단계는 지났고, 본격적인 ’슈퍼볼’이 시작된 것"이라며, IPO 이후의 진짜 시험대가 기다리고 있음을 강조했다. Figma와 이를 지켜보는 테크 업계는 지금부터가 진짜 경기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