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자율주행 기술 강화를 위해 자체 개발해온 슈퍼컴퓨터 ‘도조(Dojo)’ 프로젝트를 전면 중단하고, 관련 전담 팀도 해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AI) 칩 개발 전략 전환을 주요 배경으로 들었다.
머스크 CEO는 8월 10일(현지시간) 미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인 엑스(구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도조 개발 중단 사실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모든 기술적 접근이 AI6로 수렴되고 있다는 판단 아래 도조 프로젝트를 종료하고 어려운 인사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특히 차세대 도조2 시스템이 기술적으로 한계에 도달했다고 평가하며, 이를 더 이상 유지할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도조는 테슬라가 자체 설계한 D시리즈 인공지능 칩을 기반으로 하는 슈퍼컴퓨터로, 자사의 주행 보조 소프트웨어인 오토파일럿과 풀 셀프 드라이빙(FSD), 그리고 로봇 개발 프로젝트 ‘옵티머스’에서 사용하는 머신러닝 모델을 학습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기존 도조 시스템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자체 개발한 D1 칩을 혼합해 구축됐고, 후속 모델인 도조2는 D2 칩 기반으로 개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테슬라는 D2 칩 개발 계획을 철회했으며, 기존 도조 프로젝트 전반을 중단하기로 했다.
변화의 중심에는 인공지능 칩 개발 방향 전환이 있다. 테슬라는 AI 개발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자체 D시리즈가 아닌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AI5 및 AI6 칩에 집중하기로 했다. AI5는 테슬라의 FSD 구동에, AI6는 자율주행과 로봇 등 고도화된 AI 학습 기능에 특화된 칩이다. 머스크는 “테슬라가 서로 다른 두 개의 AI 칩 설계를 동시에 진행하며 자원을 분산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AI5와 AI6를 기반으로 향후 설계를 통합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그동안 도조 팀을 이끌어온 피터 배넌 역시 테슬라를 떠나게 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팀 해체가 머스크의 직접적인 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테슬라는 향후 컴퓨팅 분야에서 엔비디아, AMD 등 외부 협력사에 대한 의존도를 확대하고, 칩 제조는 삼성전자 및 TSMC와의 파트너십을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테슬라의 이번 슈퍼컴퓨터 전략 전환은 단기적으로는 자체 개발 역량 축소라는 인상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의 안정된 생산 역량을 토대로 고성능 칩을 보다 빠르게 확보하려는 실용적 행보로 평가된다. 동시에 AI5, AI6 중심으로 칩 전략을 단일화하면서,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투입되는 자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테슬라가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AI 개발 환경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