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11일(현지시간) 관망세 속에서 강보합 움직임을 보이며 거래를 시작했다.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 발표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 전반은 특별한 호재나 악재 없이 방향성을 찾지 못한 채 좁은 범위 내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06% 상승한 44,203.42를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02% 오른 6,390.56으로 출발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0.11% 하락한 21,426.36을 나타냈다. 이는 투자자들이 여름 휴가철에 들어서면서 거래량이 줄고 있어, 큰 변동이 없는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관심을 모았던 엔비디아와 AMD의 미국 정부 지불 합의 건에 대해 시장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양사는 중국 수출용 인공지능(AI) 칩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기로 했으며, 이는 해당 국가에 대한 수출 규제를 일정 부분 피해가기 위한 조건이다. 엔비디아는 H20 칩, AMD는 MI308 칩 매출에 대해 해당 지불을 감수하면서 라이선스를 유지하게 됐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단기 수익성이 다소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주가는 큰 폭의 하락 없이 소폭 조정을 받는 선에서 마무리되고 있다.
한편, 반도체 업계의 다른 기업들은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론테크놀러지는 3분기 실적 상향 발표에 힘입어 주가가 4% 이상 뛰었고, 이에 따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역시 1.23% 상승했다. 이는 반도체 및 AI 수요에 대해 여전히 시장 내 긍정적인 기대감이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C3AI는 어닝 쇼크(시장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는 실적 발표) 여파로 주가가 30% 가까이 급락하며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날 경제지표 발표는 없었지만, 시장은 12일 발표될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근원 CPI(식품 및 에너지 제외)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3%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월 수치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CPI는 이달 말 열리는 잭슨홀 회의 전 마지막 인플레이션 지표로, 연방준비제도 내부의 금리 조정 논의에 결정적인 근거가 될 전망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진 것으로 확인되면, 당초 기대됐던 금리 인하 시점이 더 늦춰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시장은 방향성을 뚜렷하게 찾기보다는 지표 발표 전까지 당분간 관망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분석가들은 여름철 거래량이 줄어드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지수는 제한된 범위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추후 발표될 경제지표와 연준 인사들의 발언이 향후 증시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