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관계형 데이터베이스의 한계를 넘어, 연결된 정보 간의 복잡한 관계까지 추론할 수 있는 통합형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전산학부 김민수 교수 연구팀이 관계형 DB와 그래프 DB를 통합한 차세대 시스템 '키마이라(Chimera)'를 공개했다고 8일 밝혔다.
데이터베이스는 전통적으로 열과 행으로 구성된 테이블 형태로 데이터를 저장하는 관계형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등장한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 인공지능 시스템과 같은 고차원적 질의 분석이 필요한 산업에서는, 사람·사건·장소처럼 복잡한 연관관계를 표현할 수 있는 '그래프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그래프 DB는 데이터를 정점(노드)과 간선(연결선)으로 표현해, 복잡한 관계를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강점을 갖는다. 하지만 이러한 그래프 연산은 기존 관계형 DB의 질의보다 훨씬 계산량이 많고 실행 속도 측면에서도 도전 과제가 많았다. 이에 따라 두 방식의 데이터를 한데 아우르면서도 연산 성능을 확보하는 통합 기술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KAIST 연구팀이 개발한 키마이라는 그래프 전용 저장소와 관계형 데이터 저장소를 병행하는 '듀얼 저장 기술'과, 두 구조의 질의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탐색-조인(Traversal-Join)' 기술을 접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를 통해 예컨대 ‘A의 친구의 친구가 어느 회사에 다니는가?’처럼 기존 시스템에서는 수행이 까다롭던 질의도 단순 명령어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키마이라는 국제 성능 평가 표준인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기존 시스템 대비 최소 4배에서, 최대 280배에 달하는 질의 처리 속도를 기록하면서 성능 우위를 입증받았다. KAIST 측은 이 기술이 향후 인공지능 에이전트, 금융 데이터 분석, 전자상거래 플랫폼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번 기술은 향후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그래파이가 출시할 새로운 DB 시스템(벡터·그래프·관계형 통합형)에 탑재될 예정이다. 빠르게 복잡해지는 데이터 환경에 맞춰 효율적이고 고성능의 통합 데이터 플랫폼에 대한 산업계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이 같은 기술은 앞으로 데이터 기반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자산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