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CSCO)가 인공지능(AI) 시대의 기반 기술로 자리 잡기 위한 다음 수를 공개했다. 최근 자회사 스플렁크(Splunk)를 통해 선보인 ‘시스코 데이터 패브릭(Cisco Data Fabric)’은 파편화된 머신 데이터 환경을 하나로 통합해 AI 기반 인텔리전스를 실현하겠다는 전략의 핵심 축이다. 시스코는 이를 통해 단순한 네트워크 장비 벤더를 넘어, 보안·운영·컴퓨팅 및 분석까지 아우르는 통합 AI 플랫폼으로의 변신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데이터 패브릭은 ‘타임 시리즈 파운데이션 모델(Time Series Foundation Model)’이라는 AI 엔진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대규모 시계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상 감지, 예측, 자동 원인 분석까지 가능하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데이터는 자동으로 분석되며, 즉각적인 의사결정과 운영 효율화를 가능케 한다. 특히 이번 발표는 스플렁크의 연례 행사인 ‘.conf25’를 통해 이뤄지며 시장의 주목도를 끌어올렸다.
데이터 패브릭의 또 다른 핵심 구성은 ‘통합 인텔리전트 데이터 파운데이션(Unified Intelligent Data Foundation)’으로, 보안·운영·개발·네트워크 부문에서 흘러오는 데이터를 표준화해 IT 운영 비용을 낮추는 데 중점을 둔다. 나아가 ‘보더리스 실시간 검색(Borderless Real-Time Search)’ 기능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S3, 아파치 아이스버그(Apache Iceberg), 데이터브릭스(Databricks)의 델타레이크,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등 주요 환경에서 데이터를 통합 조회할 수 있도록 해, 적절한 컴퓨팅 환경으로 워크로드를 자동 분산시킨다.
스플렁크 머신 데이터 레이크(Machine Data Lake)는 AI 모델 학습과 엔터프라이즈 분석의 중심 자원으로 활용된다. 여기에 스플렁크 AI 툴킷과 MCP 서버를 더해 데이터 온보딩, 운영 상태 모니터링, 장애 회복을 스스로 수행하는 ‘AI 네이티브 서비스 구심점'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오픈 구조를 바탕으로 다양한 환경에서 적용 가능하도록 설계된 점도 업계의 관심을 끈다.
이번에 함께 발표된 스노우플레이크 연동 기능 ‘스플렁크 페더레이티드 서치(Splunk Federated Search for Snowflake)’는 기존 데이터 분석 생태계와의 호환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신호로도 읽힌다. 스플렁크의 검색 언어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스노우플레이크 데이터셋 조회가 가능하며, 분산된 쿼리 실행을 통해 연합적인 분석이 실현된다. 이는 시스코가 과거처럼 기존 시스템을 대체하려는 전략 대신, 기존 기업 데이터 인프라와의 공존을 선택했음을 보여준다.
최근 열린 ‘시스코 라이브 2025’에서 관련 비전을 발표한 이후, 시스코의 일관된 플랫폼 전략은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큐브리서치(theCUBE Research)의 수석 애널리스트 데이브 벨란테(Dave Vellante)는 “마치 여러 인수를 조합한 듯한 과거 전략에서 벗어나 15년 만에 처음으로 진정한 통합 로드맵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시스코가 이제 단순한 네트워크 장비 공급자가 아니라, 머신 데이터부터 AI 학습 파이프라인까지 통합하는 기업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I 기반 인사이트 추출, 데이터 흐름 표준화, 분산 환경 검색, 그리고 AI 교육용 데이터 제공 등 이번에 발표된 기능들은 머신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대응 전략을 고민하는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특히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의 기존 투자 자산을 존중하고 통합하는 방식은, 기존 고객 기반과의 신뢰를 유지하면서 전환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AI 시대의 ‘컨트롤 플레인(Control Plane)’이 되려는 시스코의 시도가 어떻게 성과로 이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