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에서 항만 내 부두 간 환적 화물을 자동으로 운송하는 시스템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돼 실증 테스트에 성공했다. 이로써 부산항은 세계적인 환적항만으로의 도약에 한발 더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산항만공사는 9일, 타 부두 환적 자동운송시스템(ITT, Inter Terminal Transportation) 개발을 완료하고 실증 테스트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번 시스템은 항만 내 부두 사이를 자동 셔틀이 이동하면서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는 방식으로, 기존 트럭이나 인력을 활용한 운송보다 효율성과 환경성 측면에서 한층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개발된 시스템은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무인 셔틀 2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20피트 컨테이너(최대중량 약 25톤)를 싣고 시속 20km로 자율주행할 수 있다. 컨테이너도 향후 실시간 위치 정보, 인공지능 기반의 오더 배차 알고리즘, 셔틀 상태 감시 기술 등이 통합된 운영 시스템을 통해 보다 정밀하고 안정적으로 이송된다. 셔틀의 정지 오차도 ±75밀리미터 수준으로 제어돼 화물 하역의 정밀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기술 개발에는 부산항만공사를 중심으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해양대학교, 시스콘로보틱스 등 민관 산학협력이 참여했으며, 전체 사업비는 국비 67억 원을 포함해 총 89억 원이 투입됐다. BPA는 이달 안으로 개발 과제에 대한 최종 평가를 마무리하고, 다음 달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 항만운영전시회에 해당 시스템을 출품할 계획이다.
부산항은 연간 처리량이 약 2천440만 TEU(20피트 컨테이너 환산 단위)에 달하며, 이중 절반 이상인 1천350만 TEU가 환적화물이다. 특히 환적화물 중 약 20%는 항만 안에서 서로 다른 부두 간에 옮겨지는 구조인데, 기존에는 인력과 트럭을 활용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형태였다. 이는 부산항의 물류 효율성과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였다.
부산항만공사는 이번 자동운송시스템이 물류비용 절감, 운송 효율성 향상, 항만 내 교통 혼잡 해소, 안전성 강화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부산항 신항 북·남컨테이너부두 등에 설치해 단계적으로 상용화해 나갈 방침이다.
이 같은 흐름은 부산항이 경쟁력 있는 환적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 자동화 기반의 환적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게 되면, 전 세계적인 친환경·스마트항만 트렌드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