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시민이 직접 참여해 우주의 비밀을 밝혀내는 '전파 은하 동물원 프로젝트'가 한국어 지원을 시작하면서, 국내 과학 애호가와 일반인 누구나 손쉽게 천문 과학 연구에 동참할 수 있게 됐다.
한국천문연구원은 9월 18일, 세계 시민 참여형 과학 플랫폼인 ‘주니버스’(Zooniverse)에 전파 은하 동물원 프로젝트가 새롭게 개설됐으며, 이 프로젝트에 한국어 번역 기능도 제공된다고 밝혔다. 주니버스는 과학자들이 대량의 데이터를 일반 대중과 함께 분석하는 플랫폼으로, 누구나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호주의 전파망원경 ‘스퀘어 킬로미터 어레이 패스파인더’(ASKAP)가 촬영한 우주의 진화 지도(EMU, Evolutionary Map of the Universe)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다. 이 지도는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가 주도한 대형 과학 프로젝트로, 21개국 300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남반구 전역의 하늘을 전파로 관측하여 탄생시킨 자료다. 이 데이터는 우주 진화 과정을 비롯해 전파 은하, 초거대 질량 블랙홀 연구에 활용된다.
현재 프로젝트에 포함된 은하 데이터는 약 11만 개에 이르며, 참여자는 전파 신호 구조 분석이나 은하의 형태 분류를 통해 희귀 천체들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거대한 전파 은하, 특이한 형태의 ‘X형 전파원’, 그리고 전파를 방출하는 나선은하 등 과거 전문가만 탐색하던 영역을 일반 시민이 직접 관측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조용욱 연구원은 한국어 번역 작업을 맡아 프로젝트의 접근성을 높였다. 그는 “언어 장벽으로 인해 참여가 제한됐던 부분이 있었지만, 이번 번역으로 더 많은 한국인들이 과학 데이터 분석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민들이 과학 연구의 기초 방법을 체험하고 실제 관측 자료 분석에 참여함으로써, 학문적 발전에도 보탬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교육용 플랫폼을 넘어, 시민 과학자가 실제 연구 성과를 만들어내는 ‘참여형 과학’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천문학뿐 아니라 다양한 과학 분야에서 비전문가의 참여가 점차 중요해지는 가운데, 이러한 시도는 연구의 외연을 넓히고 과학 대중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